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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자유게시판

위로에 감사 드리며 – (附) 지금이 바로 그 때

하태돈
2007.03.24 00:57 2,735 7

본문

일찍이 모세가 노래하기를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1) 라고 했지요.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진리는 변함이 없습니다.
사람이 나고 죽는 것이야 정한 이치 이지만
그래도 누구에게나 모친을 잃는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에 틀림 없습니다.
마음의 준비는 언제부터인가 해 오고 있었지만
막상 나의 차례가 되어 이 어려운 순간을 맞게 되니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막내는
어쩔 수 없는 막내 였습니다.
그래도 이런 어려운 시기에 많은 동문들,
친구들의 위로만큼
힘이 되는 것도 없는 듯 합니다.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들의 삶이,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이 미국에서의 이민생활이 너무도 분주하고 어렵습니다.
이런 삶의 시간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음을 잘 압니다.

수 년 전에 장조카를 잃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 사정이 나아지면 언젠가는 내가 돌봐야 할
아이로만 생각 했지요.
그런데 그런 기회는 이미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 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누구나 마음은 한결 같은데 사정이 그렇지 않음이
안타깝습니다.
이 순간이 지나면 되돌릴 수가 없음을 잘 알지만
내 삶이 그걸 허락하지 않습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 (2)
잘 알지요. 그런데 그 것을 그렇게 할 수 없으니,
그래서 더욱 가슴이 저미도록 안타까운 것 입니다.
당신께서 곡기(穀氣)를 끊으시고
기력이 날로 쇠해지시니
이제 한번 다녀가라는 의사친구의 권유를 듣고도
그렇게 못하는 심정을
차마 입에 담을 수가 없었지요.
그러니 그 때를 다시 놓치고 맙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
한번에 몰려올 슬픔이 예상 됩니다.
그 때에는 또 어떻게 견뎌 보지요.

우리 인생살이에 우선순위가 있는가 봅니다.
상실을 경험 한 후에,
아픔을 겪고 난 후에,
이제 기회가 다시 없음을 알고 난 후에
그 때가 이미 지나갔음을 깨닫습니다.
사랑할 때와 용서할 때,
강가에 나가 구름을 바라다 볼 때,
밤 하늘의 별의 헤아려 볼 때,
바닷가 혹은 오솔길을 걸으며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사랑하는 자녀들을 한번 더 안아 줄 때,
그리고 부모님께 전화라도 한 번 더 드려볼 때
지금이 바로 지금 그 때 입니다.



(1)        시편 90
(2)        인생수업(Life Lessons) Elizabeth Kubler-Ross, 이레

댓글목록 7

정 중헌님의 댓글

정 중헌 2007.03.24 20:34
  어떤 말과 글로 선배님에게 위로를 드려야 할지......<br />
<br />
때라는 것은 분명 있습니다.<br />
하지만 때를 찾는 것보다 지금의  매 순간순간에 충실하는 것이, 새로운 때을 잡을수 있다는 글 잘 읽었습니다.

박명근님의 댓글

박명근 2007.03.25 18:54
  큰일 치뤄시고<br />
더 성숙하신것 같습니다<br />
<br />
뭐 요즈음 전화 받을때 마다 가슴이 콩콩 합니다<br />
혹 한국인가 하고 더더구나 밤 늦은 시간의 전화는 받기가 겁나네요<br />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7.03.28 23:58
  시공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는 것이 어찌 이리 비슷한지... 아무리 바둥거려도 그 분에게는 작은 비둘기 한 마리인가 봅니다. <br />
<br />
<br />

정창주님의 댓글

정창주 2007.03.24 09:18
  깊은 가슴 속의 슬픔이 비치는 것 같아서 아침부터 숙연해 집니다. 늦었다고 시작할 때가 적기라고 했으니 지금부터는 원하시는 것 모두를 행하실 수 있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7.03.24 12:16
  뭐라고 위로를 드려야 할지...

장용석님의 댓글

장용석 2007.03.24 17:45
  지금 암투병 중인 친구가 권한 책이 '인생수업'이었는데 선배님을 통해서 다시 한번 소개를 받게 되네요.<br />
저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br />
저의 경우 아버님이 돌아가셨을때, 아버님을 잃은 슬픔보다는 아버님이 안 계신 낯설움이 참 오랫동안 저를 힘들게 했었습니다. <br />
마침 사순절입니다. 부활의 소망과 믿음을 갖고 계신 선배님께서 하늘에서 주시는 위로와 평안을 받으시길 소망합니다.

이용우님의 댓글

이용우 2007.03.24 18:44
  하사장,<br />
<br />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br />
저도 이번주에는 어머님과 동생이 묻혀 있는곳을 찾아갈 예정입니다.<br />
그리고 시간이 되는대로 아래 전화로 전화 부탁합니다.<br />
011-207-6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