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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자유게시판

주방봉사

최강일
2007.03.19 00:07 1,918 1

본문

지난 주일 캐나다 광림교회와서 처음으로 주방 봉사를 했습니다.

7선교회 숫자가 적어 100% 다 나와야한다는 회장님 말씀
구정이라 하기쉬운 콩나물 밥이 아니고 떡꾹을 해야한다
마지막 청년부까지 하면 7-800 명분은 필요하다
그리고 이성주 권사님 부인이 못 오신다는 결정타에
4명의 아이들을 다그쳐서 9시10분쯤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봉사자들을 위한 아침 식사가 이미 시작되어 있었습니다.
첫 2주 모르고 대충 아침식사를 하고 왔었는데
오늘은 작정하고 (?) 온 터라
없는 테이블 펴가면서 자리를 만들어 부엌에 간 와이프 빼고
5식구가 부지런히 아침을 먹었습니다.

화장실 다녀오기가 바쁘게
다짜고짜 와이프가 입혀주는 앞치마를 두르고
위생장갑을 끼라 하고는 <시작>하랍니다.
그런데 <뭘 시작?>
<웬 시작?>
넓지 않은 주방에 권사님들 집사님들이 바삐 움직이는데
멍하고 서 있는 저한테 일단 떨어진 작업은
떡꾹에 겨란, 고기, 당근 채 썰은것을 넣는 일이었습니다.
한손으로 한가지씩 얌전히 넣는데
옆에 계신 집사님 빠른 손놀림에 저도 덩달아 빨라집니다.
연실 떡이 눌지 않도록 큰 그릇이라기 보다는 큰 빨래 삶는 통에 가까운것에
주걱을 넣고 연신 젓습니다.
익은 떡에서 물을 빼고 그릇에 나누는 모습이 장난이 아닙니다.
<뜨거운것 갑니다> 외치며 뜨거운 국물을 옮기는
남자 집사님의 손이 약간 위태로워 보입니다.

미리 만들어 놓은 떡꾹이 여기저기 많이 쌓여갈 무렵
효과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아직 국물이 들어가지 않은 그룻에
김까지 넣을려다 주방 권사님께 혼 났습니다
김 미리 넣으면 싫어 한답니다. 교인들이..
그럼 <끝나고 나올때 줄이 너무 기니까
자리에 미리 가져다 놓고 국물을 부어 줄까요?>
반짝 아이디어는 역시 교인들이 안 좋아한다는 한 마디에
깨갱~ 수그러 들었습니다.
어디나 경험이 중요한가 봅니다.

대충 준비가 다 되니 5분전 10시
마르다 보다는 마리아가 될려고 3부 예배 보는분들만 남기고
예배 드리러 와이프와 같이 올라왔습니다.
우리 없어도 물론 잘하고 계시겠지 하는 안도감으로
김태원 목사님 <저금통> 얘기 곁들인 설교를 듣고
축도가 시작할때 미리 나간 와이프를 따라
예배가 끝난 후 주방을 향했습니다.

다시 제가 입은 짙은 곤색 와이셔츠와 잘 어울리는 앞치마를 두르고
1시간전 경험으로 이제는 두 팔 걷어 제치고
10년은 한 사람처럼 떡꾹을 나누어 드렸습니다.
사실 제가 나눠드린것은 아니고
국물떠주시는 권사님 보조를 했습니다.~~
그래도 보조가 중요한것은
잘 모르고 주방으로 들어와 떡꾹 달라는분 쫒아내기
밖에 네프킨 떨어졌다면 가져다 놓기
먹고난 그릇과 수저 설것이 대로 옮기기
너무나도 필요한 일들이 었습니다.
그래도 국물 떠주는 것 해보고 싶어서
권사님 잠시 자리 비운 사이에
제가 국물을 떠 주었습니다.
갑자기 작가는 생각이 안나는데
<완장>이라는 소설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나 금방 돌아오신 권사님께
빨래 삶을때 뜨거운 물 떠내는것 같은
바가지를 넘겨 드리고 <위치로!> 돌아 왔습니다.

2부 예배 식사가 끝날때 쯤 주방 고참 권사님들이 칭찬이 이어집니다.
<아~ 7선교 잘 하네.. 하나도 안 밀리고..>
여느 주방장 같지 않게 단아하고 조용하신 권사님의 칭찬이
갑자기 남자 권사님을 up 시킵니다.
<7선교회가 다음 달 한번 더 할까?>
아무도 대답 안합니다.

다시 오늘 최대 이벤트 3부 예배를 위한 식사준비 돌입..
최대 격전지를 예상하듯
2분의 여 집사님이 더 도착하셨습니다.
우리 선교회는 아니고 아마도 본래 주방 봉사하시는 분들이었던것 같습니다.
약간 긴장감이 돌면서..
당장 최우선 과제는 2부에서 먹고 난 설것이..
키가 아담한 우리 남자 권사님이 대장입니다.
조금 한가한 틈을 타서 선수들이 모여서 떡꾹을 먹습니다.
다른 주일 점심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내가 만들어서 그러나
아님 일하고 나서?
Whatever..
와이프의 자랑인 커피를 즐길시간도 없이
다시 작업 돌입.

역시 3부 예배는 인해전술로 나왔습니다.
퍼줘도 퍼줘도 끝이없는
모두가 조금 지칠때쯤  
이제 끝인가 보다 하는데
학생들이 들이 닥칩니다.
전에는 기특해 보이더니
오늘은 왜 그리 무서워 보이는지
애들은 많이 먹어야한다고
더 떠주시는 권사님통에
금방 만들어 놓은 떡꾹이 바닥이 났습니다.
비상상황..
밖에서 급히 물에 담거 놓은 떡을 들여오고
속히 국물 끓이기에 들어갑니다.
그릇들고 다시 오는 애들
<잘 먹었니> 물어보고 그릇을 뺏을려고 하는데
황당하게 <한 그릇 더 주세요>
<고만 먹으면 안되겠니> 할 수도 없고
바쁜 손놀림이 돌아 갑니다.
고기, 야채, 겨란이 청년 예배용로 비축해 놓기 위해
양이 아닌 모양으로 승부를 합니다
그래도 안타까워
조금씩 다시 고기를 내 놓은 권사님의 손이 떨립니다.

아~ 그래도 좋으신 하나님은 감당할 수 있는 시험만 주신다더니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아직도 끝없이 와서 먹는 중고등부 아이들도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청년부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2시간 전부터 칭얼대는 아이들을 핑계로
저희는 인사를 하고 떠납니다.
처음 7선교회 모임에 갔다가
대뜸 주방일을 어떨떨하게 감당하고 나니
오래전부터 같은 선교회에 있었던것처럼
인사말이 정겹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쓰레기 봉지를 내다 버리고
차안에 들어와 운전을 할려고 하는데
구두신은 발이 뻐근합니다.
바쁠땐 몰랐는데..
미국에 23년전 유학왔을때
아르바이트 하던 세탁소 생각이 불현듯 났습니다.

와이프에게 얘기합니다.
<이제 콩나물밥 안먹는다 투정안할께>
한번의 주방 봉사가 2주일에 한번씩 먹는 콩나물밥도 감사하게 만드나 봅니다.

댓글목록 1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7.03.19 01:26
  선배님 필력이나 정서로 보아 필시 감동적이고 재미있을 것 같은데...<br />
와이프가 자꾸 불러싸서... 그럼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