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표 내아내
조 정부
2006.01.04 15:37
2,070
5
본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래글은 우리와 함께 동거 동낙한 아내들이 전부 이런 마음으로 살아 오지
않았나 해서 퍼 왔습니다,
제목; 천사표 내아내
"여보, 오늘 백화점에서 옷을 하나 봐둔게
있는데 너무 맘에 드는거 있지..."
저녁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하던 아내는 느닷없이
옷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 괜찮더라. 세일이 내일까진데..."
이렇게 말끝을 흐리는 아내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었다. 지금까지 쥐꼬리 월급으로 살림을
잘 꾸려온 아내였지만 힘들게 야근까지 해가며 애를
쓰는 내생각을 한다면 철없이 백화점 옷얘기를 저렇게
해도 되는건지 점점 야속한 생각이 들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TV앞에 앉아서도.
"조금 비싸긴 하지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안 되겠지?"
'이 여자가 정말...'
"지금 우리가 백화점 옷 사입을 때야?"
계속되는 옷타령에 나는 결국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흠칫 놀란 아내는 대꾸도 없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고, 조금 민망해진 나는 더이상
TV앞에 앉아있기가 불편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만한 일로 소리를 지르다니...'
남편이 되어가지고 겨우 옷 한벌때문에 아내에게 화를
내었다는 게 창피스러워졌다.
그러고 보니 몇년째 변변한 옷 한벌 못 사입고 적은
월급을 쪼개 적금이랑 주택부금까지 붓고 있는 아내가
아니던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 지났는데도 꼼짝을 않는 아내가
걱정이 돼 거실에 나가보니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었다. 울다가 잤는지 눈이 부어 있었다.
다음날 아내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침상을
차리고 있었다. 차분차분 이야기를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아내를 보고도 나는 따뜻한 말 한마디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저 현관문을 나서면서 이렇게 툭 던질 뿐...
"그옷 그렇게 맘에 들면 사"
그러면서 속으로는 '며칠 더 야근하지 뭐'
그날 저녁 여느때와 같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엘
들어서는데 아내가 현관앞까지 뛰어와 호들갑을 떨었다.
"여보,빨리 들어와 봐요"
"왜, 왜 이래?"
아내는 나의 팔을 잡아 끌고 방으로 데려가더니,
부랴부랴 외투를 벗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쇼핑백에서 옷을 꺼내 내 뒤로 가 팔을
끼우는게 아닌가.
"어머,딱 맞네! 색깔도 딱 맞고"
"......"
"역시, 우리 신랑 옷걸이 하나는 죽인다"
"당신. 정말..."
"당신 봄자켓 벌써 몇년째잖아"
아내는 이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리더니 두루룩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언제나 나는 철이 들까'
내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는 천사같은 내 아내,
사랑스런 내 아내.
- 오주영 -
댓글목록 5
최강일님의 댓글
감동 그 자체입니다.<br />
감사합니다.
조 정부님의 댓글
최강일 동문님<br />
멀리 떨어져 있어도 web site에서 만나니 반갑군요.<br />
NJ가 제2인생이라면 지금 있는 카나다는 제3인생 이라고나 할까요.<br />
참 힘든 결정을 하였다고 봅니다.<br />
이것이 인생에 좋은 기회가 되서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br />
그곳 생활이 직장도 익히고 지역도 배우고 사람들도 새로 사귀는 일도<br />
바뿔텐데 동문회 까지 신경을 써서 web에서 자주 만날수 있으니 좋군요.<br />
지금 멀리 떨어져 NJ 생각도 나고 이곳에 있을때는 바뻐서 web에서<br />
자주 만나지 못한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제 자주 만날수 있게되서<br />
좋습니다.<br />
부디 새로일을 찿았스니 성공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font>
김성일님의 댓글
<br />
퍼서 rotc동문사이트에 게재해야 겠습니다.
이중우님의 댓글
멋 대가리라고는 한치의 눈물 많큼도 없는 " 인돌이"들이 아니었읍니까?... 그 흔해 빠진 "사랑"이라는 단어를 모르게 살아온 저희들 이기에, 개중에 잘 표현 하시는 동문분들도 있으시겠지만....<br />
벌써 뉴욕 지부가 결성된지가 만 30년이 되었읍니다. 이겄이 다 우리의 "어부인"들께서 헌신적인 협조와 희생이 딸지 않했더라면,<br />
지금의 역사는 도중 하차를 면치 못하였을 것입니다.<br />
<br />
저 자신도 집사람이 투정을 부릴때면 "그 커다란것을 어떻게 1치의 혓바닥으로 표현하나, 이 넗은 가슴속에 있는것을" ... 얼부리며,모면하고, 항상 뒷맟이 씁씁했지요.<br />
<br />
우리 모두 올해를 "어부인의해"로 표현하여도 좋을것 같은데...<br />
<br />
참 정부 형께서 주신 X-mas card,연하장 잘 받았으며, 선배형들께 선수를 놓쳐,어리둥절한 상태 이었읍니다.
조 정부님의 댓글
옛날에는 천사표 아내였지만 요즈음은 어부인의 해가 아니고<br />
여왕의 해로 바퀼때가 아닌가 생각이 드는군요.<br />
모쬬록 금년 한해도 아내를 여왕으로 모셔서 <br />
순조로운 한해가 되기 바랍니다..<br />
댓글 감사 합니다.<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