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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자유게시판

내 마누라 밴

하태돈
2006.04.18 17:33 1,620 4

본문

오래 간만에 마누라 밴을
미안한 마음에 배큠을 하러 갔지요.
사실 차란 바깥 워싱보다는 속의 공기가 더 나쁘기 십상이니
자주 배큠청소를 해 주어야 하지요.
그 정도는 내 몫으로 돌려서 자주 해 주어야
아이들 건강도 좋다는 것도 다 아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내 차가 더러운 것은 혹 남의 눈에
흉 잡힐 까봐 그래도 가끔은 청소를 하는데
게으른 탓이라 그런지 정작 더 중요한(아이들이 타니까)
마누라 차는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랍니다.
청소를 하다 보니 머리카락 휘날리며 바쁘게 사는 내
마누라의 일상이 거기에 다 보이더군요.
아직 세탁소에 미처 갖다 주지 못한
내 와이셔츠 몇 장,
골프 공 두 알(요즈음 뜸하더니 무슨 골프공),
아마도 아이들 축구 경기하고 그대로 묻어 왔을
흙 모래들,
아이들 기다리다가 읽었을 책 몇 권,
머리 핀,
고무줄,
동정 몇 잎,
무슨 무슨 모임 안내장들,
늦잠 자려는 아이들 깨워 토요일
한국학교에 가면서 먹이다 흘렸을 과자 부스러기들,
먹다 남은 주스팩.
아마도 마저 못 끝낸 한글학교 숙제도 달리는 차 속에서 다그쳐서
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아침에 보니 타이어도 갈은 지가
얼마 안되는데 벌써 많이 달았더라고요.
로칼만 다니는데 오죽 많이 왔다 갔다 하면
마일리지가 저렇게나 많이 오를까요.
학교로, 생일파티로, 축구로, 발레로…
이번 여름에 혹 장거리 여행이라도 갈 수 있는
호강이라도 생기면 갈아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요,
내 마누라, 아이들 타는 차니까 미리 좀 잘 살펴보고
바꿔야 할 것 같기도 하고…

4/1/8/06

댓글목록 4

박영원69님의 댓글

박영원69 2006.04.20 01:36
  아내 -딸-아들내미 사랑하는 마음이 구절 구절 숨어있어<br />
그런 후배[78화공]를 둔 나도 절로 행복해지는군,내 입에서 동감하는 미소와 함께.<br />
<br />
좋은 글  고마웠수  계속 연재해 주심...

박명근님의 댓글

박명근 2006.04.19 17:28
  우리 하동문의 애틋한 어부인 사랑하는 글이 녹아 납니다<br />
어쩌다 저도 밴 청소하는데 우리 딸있을때는 바쁘더니만<br />
아들만 타니까 한산 합디다<br />
오히려 우리 집사람것이 더 많아 지더구먼요<br />
미국서 고생하는 어부인들께 이런 써어비스 손수하는 우리 하동문 마음이 참 어집니다<br />
저야 어쩌다 한번쯤 내가 필요해서 하는데<br />
이것 반성해야 겠습니다

장용석님의 댓글

장용석 2006.04.19 00:53
  지난 주에 아내가 타는 밴을 청소하며 느꼈던 감회를 선배님 글에서 다시 느낍니다.<br />
청소도 못해 주면서 매일 '이게 차냐, 쓰레기통이냐'면서 핀잔만 주었던 것이 <br />
미안했더랬지요. 어린 아이둘을 태우고 다니자면 차가 깨끗한 것이 비정상일텐데...<br />
"우먼즈 넘버원"이라는 잡지를 하는 후배님에게 '아내 차 청소해 주기' 캠페인 한번 하라고 권해야 겠습니다.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6.04.19 10:42
  저도 타고 다디던 고급 승용차를 아내에게 양보했습니다. <br />
뭐... 아내를 위한다기 보다 운전거리가 비교적 긴 내가 작은 차를 타는 것이 <br />
경제적이라는 생각때문이었지요.<br />
<br />
처음에는 작은 차를 타고 다니려니 폼도 안나고 작아진 공간에 불편하기도 했지만<br />
아내가 차를 타고 폼나게 엑셀을 밟고 떠나는 뒷 모습을 보면 흐믓하기 그지 없습니다. <br />
<br />
앞으로 게시판에 이런 정겨운 따스한 글들이 많이 올라올 수 있기 바랍니다. <br />
그리고 장동문 한국여행 잘 다녀오시고 그리운 고향얘기 많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