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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자유게시판

혼자 사는 재미

최강일
2006.05.26 09:15 1,928 7

본문

올 1월 중순부터
직장 핑계로
평생 처음 혼자 살고 있습니다.

뉴저지에서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배가 힘들 와이프에게는 미안하지만
요즘 저는 혼자 사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밖을 환희 볼 수 있는 유리벽으로 되어 있어서 좋습니다.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방들이 다
산을 향해 환히 펼쳐져있어
낮엔 녹음이 무성한 나무들을 볼 수 있어 좋고
밤엔 반짝 반짝 불이 들어와 있는 저 아래 집들이 보여 좋습니다.
샤워할때 빼 놓고는
항상 커튼을 걷어 놓고 저를 보입니다.
심지어 잘때도 활짝 걷힌 커튼 아래 유리벽을 곁에 두고 잠을 잡니다.
침대아래 반짝이는 불들이
거리감이 없어지면서
반쯤 눈이 감길라치면
마치 공중에 떠서 자는것 같습니다.
왠지 하나님이 저를 더 잘 보실 것 같고
저도 하나님 품에서 자는것 같은 착각을 합니다.

자주는 안해 먹지만
밥도 해 봤습니다.
전기 밥통을 사고
direction에 있는대로
쌀 3컵을 씻어 넣고
물을 3이라고 써있는 눈금까지 붓고
밥을 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보자
저는 금방 감격했습니다.
와~ I did it.
밥을 뜨면서
어머님 생각이 났습니다.
와이프 생각이 났습니다,
아~ 여자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밥을 떠줄때 이런 생각이 들겠구나.

맨날 쇼핑 할때면
병아리처럼 5명을 줄줄 끌고 다니다
딱 한번 혼자서 코퀴틀람 센터로 쇼핑을 갔습니다.
왠지 누굴 만나면 창피할것 같아서
모자 눌러쓰고
선글라스 끼고
해진 청바지에
운동화 신고
다목적용 프린터 하나 살려고 나갔습니다.
사람들이 저만 쳐다보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이들 어디있나 살필 필요없이
제가 보고 싶은것
만지고 싶은것
듣고 싶은것
맘대로 할 수 있다는것이 너무 편하고 좋습니다.
프린터 하나 사면서
다시 저를 찿은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밤 10시라도
커피 마시자는 K 집사님의 전화가 싫치 않습니다.
성경공부반 종강 파티를 빙자해서
멋진 중국 식당에서
뱀탕 soup을 먹어 말어
의논하는것도 좋습니다.
여전히 아슬아슬 도착하지만
주일 예배가기 위해
기다리지 않고 기도도 하는둥 마는둥
바로 출발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달리면서 크게 rock & gospel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습니다.
노래방가서
미국사람(?)으로 한국문화의 갭을 느끼면서도
저를 낙도에서 온 어린이 취급하는
집사님들의 놀림이 싫치않습니다.

직장에서 돌아왔을때
내가 읽던 책이 그 자리 그대로 있는것이 신기합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
누구 눈치도 안보고
예수님 그림이 그려진 그 방에서
아무 방해 안받고
기도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듣고 싶은 음악 맘대로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채널 1개밖에 안나오는 TV로 가끔 보는 하키 중계도 신이납니다.
시간만 맞으면 금방이라도 나가서 칠 수 있는 테니스도 좋습니다.

급한일보다 중요한 일들이
점점 제 눈에 들어 오는것이 너무 감사합니다.
가을도 아닌데
자꾸 글쓰는 병이 도지는것도 고맙습니다.
지금 혼자 사는 재미
이제 한달 밖에 안 남았지만
평생 기억할 좋은 추억이 될것 같습니다.

댓글목록 7

박 영원님의 댓글

박 영원 2006.05.27 13:19
  최 박사 글  증말로 [예술 이여어~~]<br />
<br />
한국 문학 박사여?  아님  기계 문학박사요?

최강일님의 댓글

최강일 2006.05.27 16:52
  6월말이면 가족들이 올 큼지막한 집 준비를 했습니다.<br />
골프장 바로 옆에 <br />
방도 많으니까 <br />
선/후배님들 오시면 연락주십시요.

임성택님의 댓글

임성택 2006.05.26 15:56
  "강일 동문!<br />
공학에만 박사인줄 아는데 이제 문학에도 "박사학위감인줄"...<br />
감성이 줄줄 흐르는 "시구"같네그려<br />
나 홀로의 고독속에서 만끽하는 죠이<br />
이제 한달여 남은 기간동안 많은 추억을 남기시오

최승환님의 댓글

최승환 2006.05.27 10:00
  여기 대선배가 잇자나. 2003년 전후 2년 버지니아에서 가족과 같이 있던 시절빼면 7년간 한국, 뉴욕등지에서 혼자 잇자나... 최박사 내가 뉴져지에서 전화했을때가 자네 지금 모습일거야... 그래두 난 여러도시 수시로 다니니... 밴쿠버에 내가 아주 친한 중앙일보선배가 사느데 자녀가 아들 3, 딸 3이네. 최박사 핸펀 번호 주면 내가 인터넷 폰으로 전화 할게. i2line.ca하는 후배가 잇어 필요하면 전화기 보내줄게. 난 이달말로 뉴져지 클립사이드 생활을 정리하고도 다시 새 프로젝트를 해야하네. 밴쿠버에서는 게 잡아먹던데...703 470 3455

하태돈님의 댓글

하태돈 2006.05.26 13:36
  최박사,<br />
평생 추억으로 간직할 고생보다 추억인 것은<br />
곧 이어 반가이 재회할 가족이 있기 때문 이지요.<br />
그래서 가족은 너무도 좋은 것이지요.<br />
힘들 때 그저 얼굴만 그려 보아도 <br />
내 삶이 다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br />
그래서 또 힘을 내 보는 것이지요.<br />
그렇게 떨어져 있을 때 가족의 중요함도 새삼스러이 알게되고,<br />
또 믿음도 한번 점검해 볼 수 있고,<br />
잠시나마 가치있는 독신 생활이 될 겁니다.<br />
그러니 아이들 유학 보내고 기러기 아빠 생활 하는 <br />
제 몇 몇 친구들이 참으로 안타 깝습니다.<br />
도대체 가족이란 것이 뭣이고,<br />
어려서부터 부모를 떠난 교육이 무슨 소용이랍니까.<br />
삼천포로 빠지네요.<br />
고만할랍니다. <br />
건강하세요.<br />
<br />
<br />
<br />

박명근님의 댓글

박명근 2006.05.26 14:24
  먼저 쓴글 다시 Review 해 보니 오해 할 단어가 올라 있어서 삭제했습니다<br />
아니 이거 저가 반갑다고 소리 나는대로 글로 옮겨 놓고 보니 <br />
남을 비하하는 듯한 글이 된 것 같습니다<br />
혹 오해가 있었다면 양해를 바랍니다<br />
<br />
글쎄 원본의 뜻은 고생한다는 것과 좋은 기회라는 뜻이었습니다<br />

박명근님의 댓글

박명근 2006.05.26 11:15
  하태돈씨랑 갈데 없으니 공이나 한번 동문끼리 번개모임 해보자구 합니다<br />
그기서도 동문들하고 자주 어울리는지요?<br />
텃세 부려서 아직 안끼워 주면 한자 올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