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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자유게시판

무엇이 될 것인가?

하태돈
2006.08.17 14:17 82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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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될 것인가?
오늘 오래간만에 웹에 들어가보니 박명근, 이한영 동문님께서 좋은 글 들을 올리셨기에 반가운 마음에 답 글을 달아 봅니다.

두 분의 글에 전적으로 공감을 합니다. 사람이 살아 간다는 것이 결국은 자기 만족이지요.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결국은 승자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두 분의 글에 공감하는 부분에 대한 긍정을 표하기 위함이 아니고, 저의 다른 의견을 말씀 드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 이민 일세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흔히들 우수갯 소리로 이민자의 장래 직업은 공항에 어떠한 사람이 마중을 나왔느냐에 따라 결정 된다고 하지요. 세탁소를 경영하는 친구가 마중을 나오면 한국서 일류 기업에 다녔다고 해도 결국은 세탁소를 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 것도 자본이나 두둑이 가지고 왔을 경우에 몇 달 경험을 쌓고선 생업 전선에 뛰어 듭니다. 거기서부터는 뒤 돌아다 볼 겨를이 없이 오직 앞만 보고 달리게 되지요. 우리 일세 대부분이 육체적으로는 힘이 들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성실한 그런 삶을 살고 있지요.

그런데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없는 우리 이민 일세가 아니고 엘리베이터에서 배우자의 선택에 대하여 얘기하던 우리 자식들 세대의 얘기 입니다. 무능한 변호사 보다는 성실히 일하고 돈 잘 버는 세탁소 주인이 배우자로서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인데, 맞는 말입니다. 두 분의 글에서 언급하신 데로 돈만 많이 들여서 변호사 공부시켜 줬더니 겨우 가짜 서류 만들어서 이민 심사관 앞에서 굽신 거리고, 교통티켓 받은 사람 변론 해 주고 몇 백불 챙기는 무능한 변호사가 될 수도 있지요. 여기서 잠시 제 변호를 하자면 상기 이민, 교통 등 사건 변호사가 다 무능하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앞 글에 언급이 되었기에 저도 예를 들은 것이고 사실상 엉터리 변호사들 보다는 한인 이민 사회에 봉사도 하고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이민 변호사도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고 또 그런 좋은 분들이 상당수 있는 편입니다. 엉터리 서류로 영주권 해주겠다고 만이천불 달라는 변호사 같은 무리들도 많지만요.

우리 동문님들의 예를 들어 보더라도 이제 이세들이 장성하여 여러 직종에 종사하는 자녀들이 많이 있습니다.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인도 있고, 신성한 노동력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자녀들도 있지요. 그러나, 두분 글에 전제가 된 것은 바로 ‘무능한’ 변호사, 또는 ‘무능한’ 전문직 종사자 등 ‘무능한’ 이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실력도 없이 자격증만 따 가지고 간판만 번득 하지만 실속도 없고 능력도 없어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옆집 누구네 세탁소 아저씨만 못해 큰집도 못 사고 좋은 차도 타지 못하고 간판만 내세우는 그런 무능력 전문가를 언급함이지요.

그런데, 솔직히 저는 우리(무든 동문님들 포함) 자녀들이 문자 그대로 성실히 하루 열 몇 시간씩 세탁소에서 일해서 잘 사는 자녀 보다는 “능력’도 있고 ‘성실’ 하기도 한 ‘전문직종사자’ 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을 돌봐줄 능력 있는 변호사, 실력이 출중 하고 환자의 아픔을 자기 몸 다루듯 아픔을 함께하는 의사, 성심으로 자기 community를 위해 봉사하는 정치가, 힘들여 번 돈을 자기 재산같이 알뜰하게 불려주는 재정전문가 등등. 이세들 중에도 가업을 이어 세탁소, 생선가게 등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도 많습니다. 다 존경 받기에 마땅하지요. 그래도 이왕이면 어느 누구처럼 변론해주고 시간당 몇 천불, 몇 만불 씩 받을 수 있는, 실력 있는 전문가가 더 좋지 않습니까? 어떤 분야이건 자기 전문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떠떳하게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능력 있는’ 전문가 말입니다.      
  
언젠가 제가 Asian American Dreams (by Helen Zia) 란 책을 읽고 독후감을 게시판에 올린 일이 있습니다. 시간 되시면 일독을 권하고 자녀들에게도 좀 권해 달라고 했는데 삶이 바쁘다 보니 어디 그런 시간이 있었겠습니까? 이 책에 보면 한국인을 포함한 이민 일세들이 어떠한 고난을 받으면서 정착해 왔고, 과연 이세들이 나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 줍니다.

세탁소, 생선가게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하루 하루를 보람차게 보내는 것도 훌륭한 삶에 틀림이 없습니다. 저의 딸이 장성하면 유능하고 성실한 전문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껍데기뿐인 변호사 보다는 성실한 생선가게 주인과 결혼 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요 능력 있고 성실한 전문인과 둘 중에 하나 고르라면 글쎄요, 고민 좀 되겠는데요.
사랑이란 미묘한 해결책이 있기는 하지만……

댓글목록 4

김진수님의 댓글

김진수 2006.08.17 19:02
  두분 다 옳으신 말씀입니다.<br />
<br />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제는 전문직에서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2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많다는 것입니다. 많은 그들은 한인 사회에 노출되어 있지 않습니다.<br />
<br />
직업의 귀천은 없지만, 사회에 영향을 보다 더 많이 끼치는 직업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태돈님의 댓글

하태돈 2006.08.18 07:41
  물론 자기 적성에 맞아야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행복의 조건 중에서도 아주 근본에 속하지요.<br />
그런데 자녀 들이 자기들 적성에 맞는 길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부모가 그 길을 잘 안내하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서로간에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과정인 듯 합니다. <br />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6.08.18 10:18
  역시 우리 이민 1세들의 관심은 자녀의 교육이 으뜸이군요. <br />
오늘 아침 기도제목은 우리 인하 1세분들의 건강과 그  자녀분들중 훌륭한 전문가들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삼겠습니다.

박명근님의 댓글

박명근 2006.08.17 18:23
  하동문 글 잘 읽었습니다<br />
당영히 실력있고 능력있는 전문가로 우리 2세들이 자라나길 바라지요<br />
그러나 꼭지가 붙는 것이 모두다 일수는 없을 것이구요<br />
<br />
일전 김진수 동문이 세미나에서 자기 자녀 이야기를 밝혔듯이 우선은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 뛰어 들어야 한다는 말<br />
백번 지당한 이야기 입니다<br />
그래도 애비가 지들 보다는 낫다고 느껴 이래 저래 잔소리를 하는데<br />
사실 전들 뭐 정확히 아나요<br />
특히 저같은 경우 딸이 산업디자인을 할지 Graphic design을 할지 고민할때 <br />
뭐 신총한 답이 나가지 않습니다<br />
전망만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닌것 같고 <br />
자신이 좋아하고 또 경쟁에서 살아 남을 만큼 실력도 있어야 될 것 같구요<br />
<br />
어느 분야던지 우리 자제들이 주류사회에 당당히 성장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