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총장 인터뷰 기사
임동섭
2004.11.27 16:39
1,752
0
본문
[지방자치 10년/인천] 인터뷰ㅣ ‘글로벌 명문대’ 도약 다짐하는 홍승용 인하대 총장
“4세대 르네상스 발판 ‘동북아 중심대학’ 실현”
박종주 월간중앙 차장(jjpark@joongang.co.kr)
사진 : 지미연 월간중앙 사진기자
• [지방자치 10년/인천] 김정치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한국전쟁의 포연이 채 가시지 않았던 1954년 인하공대로 출범한 인하대학교가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해양수산부 차관을 역임하고 지난 2002년 제10대 총장에 취임한 홍승용 총장은 ‘제4세대 인하 르세상스’를 선언하며 대학 발전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2020년 ‘한국의 빅3 대학’을 목표로 제시하며 ‘치어리더 총장’를 자임하고 나선 홍 총장을 만나 인하대의 비전을 들어본다.
홍승용(洪承湧) 인하대 총장은 교수 경력이 없다. 경기도 화성 출신인 홍 총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예산과장·기획실장·연구부장 등을 두루 거치고 1997년부터 2년 가까이 원장을 지냈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 말인 1999년 5월부터 2002년 2월까지는 해양수산부 차관을 맡았고, 차관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02년 3월 인하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년 넘게 해양수산개발원에 몸담으면서 각종 연구과제를 수립하고 추진해 온 경력에 행정부 차관직을 지내며 익힌 행정 경험 등이 총장 발탁의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적인 ‘CEO형 총장’인 셈이다. 취임 후 홍 총장은 학교 발전과 관련한 중장기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 각종 강연회나 행사에 두루 참여하면서 학교 알리기에 적극적이다.
지난 10월12일 오후 인천시 용현동 캠퍼스의 총장실로 찾아갔을 때도 홍 총장은 연이은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빴다. “일 욕심 때문에 시간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성격이라서 걱정”이라며 기자와 마주앉은 홍 총장에게, 지난 9월 발표된 <중앙일보>의 대학평가 결과에 대한 말부터 건넸다. 이 평가에서 인하대학교는 평가 대상 200개 대학 중 종합 9위를 차지했다.
― 전체 9위로 나온 <중앙일보>의 대학평가 결과에 만족하시는지요?
“200여 대학 중 9위라는 평가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죠. 재단인 한진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교수들의 연구 성과, 학생들의 분발, 동문의 성원 등이 있었기에 이러한 성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평가는 인하대 가족 모두에게 노력하면 불가능이란 없다는 것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죠. 하지만 9위라는 위치는 가변적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대학들이 분발하면 밀릴 수 있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2010년까지는 7위권 안에 들고 2020년에는 ‘빅3’가 되겠다는 목표가 서 있거든요. 총장으로서의 솔직한 심정은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한 말처럼 ‘아직 배가 고프다(I’m still hungry)’는 것입니다.”
―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치른 것으로 압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것인지요?
“타임캡슐 봉안식, ‘인하를 빛낸 50인’ 선정, 에베레스트 등정, 열린음악회 개최 등 의미 있는 행사가 많았죠. 그러나 개교 50주년 행사를 성찰과 새로운 다짐의 자리로 만든 것이 가장 의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국부인 이승만 대통령의 발의와 하와이 동포들의 피땀 어린 성금에 의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모델로 설립한 민족의 대학인 인하대학교의 정체성을 되돌아 보면서 ‘글로벌 인하 비전 2020’을 수립한 것도 의미가 컸죠.
세계시민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의 세계화는 21세기 대학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입니다. 인하대학교는 이러한 시대적 사명에 부응하기 위해 개교 50주년 행사의 하이라鉗??우리가 의장대학이 된 가운데 미국 워싱턴대와 로드아일랜드대, 프랑스 르아브르대, 중국 샤먼(夏門)대, 이스라엘 하이파대, 호주 RMIT 등 세계 명문 대학들과 ‘글로벌 U7 컨소시엄’을 결성했습니다. 이 같은 세계화 모델은 단순 협력이나 학점 교류 수준보다 훨씬 높은, 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연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지금은 인하대의 ‘제4기 르네상스 시대’
― ‘U7 컨소시엄’은 어떻게 운영할 예정입니까?
“교육 분야와 관련해서는 교과 과정의 세계 표준화를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복수 학위를 줄 수 있도록 선택적 진로과정까지 디자인할 계획입니다. 연구 분야에서는 첨단 과학기술의 공동 연구와 지적재산권 상용화, 대학기업 육성을 위한 국제 클러스터 등을 구상중입니다. 행정 분야에서는 대학입시 제도, 이사회 경영 방식, 회계 제도 및 제반 규정, 대학 행정인력 훈련 등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고요. 이러한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9월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에서 연구분과위원회가 열렸고, 10월에는 호주 RMIT대학에서 교육분과위원회가 개최됐습니다. 컨소시엄은 고등교육과 관련한 각국의 제도적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회원 대학들이 먼저 자구책을 강구함으로써 교육개혁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총장 취임 후 천명하신 중장기 발전 계획의 하나인 ‘e캠퍼스 구축’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습니까?
“대학들은 같은 과목을 복수의 교수나 강사들이 가르치기 때문에 교육의 질 균등화에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외국 명교수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죠. 우리 대학교는 이 같은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eLearning’ 강좌 개설, 전자 행정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e캠퍼스’를 실현해 가고 있습니다. 저희가 자체 개발해 운영하는 eLearning 강좌는 강좌 수와 수강 인원에서 전년 대비 150%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재 eLearning 강좌는 103개가 개설돼 있고, 1만6,000여 명이 수강하고 있습니다.”
― 그러한 온라인 강의가 기대했던 만큼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십니까?
사회 변화에 부응하는 프로그램 개발중
“물론입니다. eLearning 강좌는 우선 주입식 교육 대신 쌍방향의 창의적 교육을 가능하게 합니다. 수요자 중심의 교과 과정 개편, 저비용 고효율 교육의 실현도 가능하고 교육에 대한 교수와 학생의 만족도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 대학교는 앞으로 3년 안에 교양선택 과정의 80%, 교양필수 과정의 50%를 eLearning 강좌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기업인 등을 강사로 활용해 실용학문을 강화하고 U7 컨소시엄 대학과 협력해 세계 명문 대학 스타 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인공위성 학습 시스템도 구축해 볼 작정입니다.”
― 대학 장기 발전 방안과 관련해 ‘제4세대 르네상스’ 실현을 공언하신 것으로 압니다. 제4세대 르네상스는 어떤 의미인가요?
“취임 후 학교 발전을 위해서는 좀더 구체적인 모티프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에 인하대가 공업입국의 메카 역할을 수행했던 1954년부터 1967년까지를 제1세대 르네상스로 규정하고 한진그룹의 재단 인수 후 종합대학으로 발전한 1968년부터 1986년까지를 제2세대 르네상스, 부속병원 개원을 계기로 양적 성장을 이뤄낸 1987년부터 2001년까지를 제3세대로 각각 규정해 본 것입니다. 말씀하신 제4세대 르네상스는 인하대학교 중흥의 가장 중요한 전기가 될 2002년부터 2010년까지를 뜻합니다.”
― 4세대 르네상스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복안은요?
“먼저 교육·연구 인프라의 획기적 확충을 통해 세계 유수 대학과 견줄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것입니다. 지난 2002년에는 동문들의 성금으로 벤처 창업관을 개관했고, 2003년에는 동양 최대 규모의 최첨단 디지털 도서관인 정석학술정보관과 동북아 이공계 연구의 산실이 될 16층 규모의 인하하이테크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4월에는 1,4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2기숙사도 착공했습니다. 우수 교수 확충과 연구 능력 극대화 방안에 따라 2010년까지 교수 1명당 학생 수를 현재의 34명에서 20명으로 낮출 생각입니다. 이와 더불어 과학논문 인용색인(SCI) 논문 1,500편 및 연구비 수주 잔액 5,000억 원 돌파 등의 목표도 세워 놓았습니다. 우수 학생 선발과 취업률 100% 달성이라는 목표도 있습니다. 우리 대학의 수시입학 경쟁률은 매년 높아져 2002년 4대 1, 2003년 8대 1을 거쳐 2005년도 신학기에는 20대 1을 돌파했습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중입니다.”
― 말씀하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려면 재원 확보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재단의 지원은 충분하다고 보시는지요?
“1968년 한진그룹이 재단을 인수한 이후부터 인하대학교의 중흥이 급류를 타기 시작했죠. 이를 통해 1971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했고 1996년에는 의과대학 부속병원도 개원할 수 있었습니다. 500억 원이 들어간 정석학술정보관 건립 등 재단의 전폭적 재정 지원에 힘입어 우리 대학이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사립대학은 학생들의 등록금 외에 재단전입금이 중요한 재원입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 동안 총예산 대비 재단전입금 비율은 15%에 달했습니다. 이것은 국내 명문 7개 사학의 평균치인 12.9%보다 훨씬 높은 수치죠. 재단의 전폭적 지원을 생각하면 총장으로서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홍 총장은 취임 후 학생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 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CEO 초청 특강’을 개설했다. 홍 총장은 매학기 15명의 CEO를 강사로 초빙하고 평균 500명이 수강하는 특강의 첫 강의를 직접 진행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학교 운영 계획을 설명하고 대학생이 지녀야 할 자세 등을 주문하는 기회로 삼는다.
― CEO 초청 특강을 구상한 계기라도 있었습니까?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일본 저널리스트가 쓴 <도쿄(東京)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을 읽고 우리 대학도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자본주의 경제, 기술 혁신 등으로 급변하는 세상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현실사회를 보는 안목을 키워주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비전을 심어 주자는 생각에서 정규 과목으로 개설한 것이죠.”
― 특강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하던가요?
“개설 당시부터 학교 안팎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죠. 우선 강의가 재미있고 성공과 실패의 교훈이 전달되기 때문에 유익하다는 반응이 압도적입니다. 학생들에게 CEO의 꿈을 심어주는 계기도 된다고 봅니다. 강의하는 CEO들이 인하대학생들과 만남으로써 졸업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효과도 있지 않겠습니까?(웃음) 저희가 개설한 특강은 그뿐이 아닙니다. 벤처 창업가들의 경험과 지식을 전수받을 수 있는 ‘창업학 특강’, 문학·철학·역사 등 인문학적 소양과 기초과학 지식 함양을 위한 ‘지성학 특강’, 청년기에서 장년기까지의 삶과 진로를 준비하는 ‘성년학 특강’, 주요 국가의 대사들을 초빙해 각국의 21세기 세계화 전략 등을 듣는 ‘세계학 특강’ 등도 개설했습니다.”
‘졸업할 때 더 우수한 인재’ 양성해야
홍승용 총장(가운데)이 지난 4월 인하대에서 열린 글로벌 U7컨소시엄 회의에 참석한 외국 대학 총장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말씀하신 것처럼 대학들 나름대로는 실용교육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우리나라 대학들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은데요?
“지식기반사회로 바뀌면서 고등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대학 졸업생이 그러한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지면서 학생들은 취업하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기업은 기업대로 신입사원 재교육에 따른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죠.”
― 그러한 문제점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학들이 처한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서 원인과 해답을 동시에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대학교육을 둘러싼 패러다임은 큰 변화의 와중에 있습니다. 즉, 대학 시장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대학의 경쟁 논리는 적자생존에서 강자생존으로, 대학의 투자 전략은 백화점식 분산투자에서 특성화된 선택과 집중으로, 대학간 국제 협력은 일방적 수혜 형태에서 쌍방간 호혜 형태로 변모하고 있거든요. 대학 구성원들이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짚어내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의 변신이 가능하고, 진정으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 말씀하신 패러다임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인하대의 노력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습니까?
“첫째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입니다. 하나의 예로 우리 대학교는 동북아 거점도시로서의 지역적 여건과 재단의 강점을 살려 아태물류학부를 설립해 집중 육성하고 있습니다. 아태물류학부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특성화지원사업에 2년 연속 선정되는 등 동북아 물류 전문인력 양성의 메카로 자리잡아가고 있죠.
둘째는 실용 학풍입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나 공기업 등과 산학협력을 통해 인턴십과 학점 취득 제도를 추진하고 있고, 공학교육인증을 획득하는 등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래 핵심 산업인 디지털 문화산업의 인재 육성을 위해 2005학년도부터는 문화콘텐츠 전공과 연극영화 전공을 신설했습니다.
셋째는 내실 있는 교육입니다. 인하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재학중 폭넓은 현장실습과 기업의 실무 강좌를 통해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함양하고, 인하졸업인증제를 통해 국제화 실력을 갖춘 지식기반사회의 핵심 인재로 졸업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주요 대기업체의 대학 선호도 조사에서 7위를 차지하는 등 ‘입학 때보다 졸업 때 더욱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홍 총장은 “현실 문제를 놓고 씨름하는 공직생활보다 미래의 리더를 키우는 대학에서의 생활이 훨씬 더 보람이 큰 것 같다”고 말한다. 홍 총장은 ‘대학 총장의 역할’을 A, B, C, D 네 가지로 나눠 역순으로 설명하기를 즐긴다. 먼저 꿈(Dream)을 제시하는 가운데 학생·교직원·동문·재단을 한데 묶어낼 수 있는 치어리더(Cheer leader)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꿈과 비전을 구체화하는 역할(Builder)을 해야 하고, 학교의 홍보 등에서 적극적인 활동가(Activist)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과 기업과 사회를 상대로 인하대학교가 결코 만만한 대학이 아님을 알리고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 총장의 역할”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총장은 대학의 ‘치어리더’
― 인천은 서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방도 아닌 특이한 위상의 도시라고 봅니다. 이러한 도시 성격을 놓고 볼 때 인하대학교가 지역사회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대학은 기본적으로 지역과 국가 발전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인하대는 글로벌시대에 부응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21세기 국가경제를 이끌어갈 ‘인천경제특구’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혁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도 우리의 큰 의무입니다. 첨단 과학기술을 현장에 접목시키고, 새로운 창업을 보육하고, 법률·경제적 컨설팅을 추진하는 것 역시 대학의 몫이죠. 인천의 전국대비 지역경제비율(GRP)이 4.7%에 불과합니다만, 이것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도 저희가 추진하고 있습니다.”
― 인천이라는 지역적 이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21세기 동북아의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하게 될 것이며, 이것은 인천경제특구의 성공과 직결될 것입니다. 인하대는 동북아의 관문인 인천에 위치한 이점을 살려 인천의 성공, 나아가 대한민국의 성공을 담보할 우수한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교육과 연구의 허브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이것이 21세기 인하대가 꿈꾸는 궁극적인 목표라고 보면 맞습니다.”
선발 관련 대학의 자율권 보장해야
― 인하대를 여전히 ‘공대’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인식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인하대가 여전히 공대의 역량이 강한 것도 사실이죠.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개교 당시 공업입국에 필요한 우수한 인력 배출이 창학의 최우선 목표였다는 점을 되새겨보면 공대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하대학교는 그동안 국내 3대 공대로서의 자부심으로 우수 산업인력 양성에 매진해 왔으며,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인하대의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날로 심화하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야말로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학입시에서도 이공계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반면 인문·사회계 지원자는 급증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든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전시켜가야 할 우리 현실에서 이공계 기피 현상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가적으로도 관심을 두고 있는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도 우수한 이공계 인재는 필요합니다. 탁월한 이공계 인재 1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 현실 아닙니까.”
― 향후 인하대학교 발전의 기본틀은 어떻게 설정해 놓으셨는지요?
“인하대학교는 개교 50주년을 맞아 <중앙일보> 전국대학평가 9위, 교육인적자원부 4년 연속 교육개혁 우수대학 선정, 2년 연속 교육부 특성화 우수대학 선정 등 10대 명문 사학의 위상에 걸맞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평판에 안주할 수 없으며, 미래에 대한 철저한 비전을 재정립하고 또 다른 5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의 국립대학 재단화 및 통폐합, 중국의 ‘211공정’ 등 주변국들도 글로벌대학을 만들기 위한 전략을 추진중이기 때문에 우리의 분발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이에 인하대학교는 ‘글로벌 인하비전 2020’이라는 제1차 중·장기 발전 전략을 선포하고 ‘한국의 명문 사학’에서 ‘세계의 명문 사학’으로 발돋움해 나갈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첨단 과학과 물류에서는 2020년까지 세계 10위권에 진입하고, 이공계는 SCI 논문 등에서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한다는 비전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최근 교육계의 현안으로 떠오른 고교등급제 논란에 대한 홍 총장의 입장을 물어 보았다. 교육부는 물론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까지 나서서 대학을 싸잡아 비난하는 듯한 분위기에 홍 총장도 마음이 편치 않아 보였다. 홍 총장의 얘기는 이러했다.
“기업이나 사회나 국가 모두가 대학에 대해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라고 주문합니다. 그런 주문을 하면서 학생은 대충 뽑으라는 식으로 말하면 곤란하죠.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전제 하에 학생 선발과 관련해서는 대학의 자율권과 다양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교육의 평등이나 형평성 문제가 많이 거론됩니다만, 이것은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라고 봅니다. 지금처럼 고교 졸업생의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 대충 뽑아 교육하는 것이 형평에 맞는지, 아니면 실력 있는 인재를 선발해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형평에 맞는지는 진지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2004년 11월호 | 입력날짜 2004.10.19
“4세대 르네상스 발판 ‘동북아 중심대학’ 실현”
박종주 월간중앙 차장(jjpark@joongang.co.kr)
사진 : 지미연 월간중앙 사진기자
• [지방자치 10년/인천] 김정치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한국전쟁의 포연이 채 가시지 않았던 1954년 인하공대로 출범한 인하대학교가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해양수산부 차관을 역임하고 지난 2002년 제10대 총장에 취임한 홍승용 총장은 ‘제4세대 인하 르세상스’를 선언하며 대학 발전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2020년 ‘한국의 빅3 대학’을 목표로 제시하며 ‘치어리더 총장’를 자임하고 나선 홍 총장을 만나 인하대의 비전을 들어본다.
홍승용(洪承湧) 인하대 총장은 교수 경력이 없다. 경기도 화성 출신인 홍 총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예산과장·기획실장·연구부장 등을 두루 거치고 1997년부터 2년 가까이 원장을 지냈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 말인 1999년 5월부터 2002년 2월까지는 해양수산부 차관을 맡았고, 차관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02년 3월 인하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년 넘게 해양수산개발원에 몸담으면서 각종 연구과제를 수립하고 추진해 온 경력에 행정부 차관직을 지내며 익힌 행정 경험 등이 총장 발탁의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적인 ‘CEO형 총장’인 셈이다. 취임 후 홍 총장은 학교 발전과 관련한 중장기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 각종 강연회나 행사에 두루 참여하면서 학교 알리기에 적극적이다.
지난 10월12일 오후 인천시 용현동 캠퍼스의 총장실로 찾아갔을 때도 홍 총장은 연이은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빴다. “일 욕심 때문에 시간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성격이라서 걱정”이라며 기자와 마주앉은 홍 총장에게, 지난 9월 발표된 <중앙일보>의 대학평가 결과에 대한 말부터 건넸다. 이 평가에서 인하대학교는 평가 대상 200개 대학 중 종합 9위를 차지했다.
― 전체 9위로 나온 <중앙일보>의 대학평가 결과에 만족하시는지요?
“200여 대학 중 9위라는 평가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죠. 재단인 한진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교수들의 연구 성과, 학생들의 분발, 동문의 성원 등이 있었기에 이러한 성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평가는 인하대 가족 모두에게 노력하면 불가능이란 없다는 것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죠. 하지만 9위라는 위치는 가변적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대학들이 분발하면 밀릴 수 있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2010년까지는 7위권 안에 들고 2020년에는 ‘빅3’가 되겠다는 목표가 서 있거든요. 총장으로서의 솔직한 심정은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한 말처럼 ‘아직 배가 고프다(I’m still hungry)’는 것입니다.”
―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치른 것으로 압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것인지요?
“타임캡슐 봉안식, ‘인하를 빛낸 50인’ 선정, 에베레스트 등정, 열린음악회 개최 등 의미 있는 행사가 많았죠. 그러나 개교 50주년 행사를 성찰과 새로운 다짐의 자리로 만든 것이 가장 의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국부인 이승만 대통령의 발의와 하와이 동포들의 피땀 어린 성금에 의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모델로 설립한 민족의 대학인 인하대학교의 정체성을 되돌아 보면서 ‘글로벌 인하 비전 2020’을 수립한 것도 의미가 컸죠.
세계시민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의 세계화는 21세기 대학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입니다. 인하대학교는 이러한 시대적 사명에 부응하기 위해 개교 50주년 행사의 하이라鉗??우리가 의장대학이 된 가운데 미국 워싱턴대와 로드아일랜드대, 프랑스 르아브르대, 중국 샤먼(夏門)대, 이스라엘 하이파대, 호주 RMIT 등 세계 명문 대학들과 ‘글로벌 U7 컨소시엄’을 결성했습니다. 이 같은 세계화 모델은 단순 협력이나 학점 교류 수준보다 훨씬 높은, 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연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지금은 인하대의 ‘제4기 르네상스 시대’
― ‘U7 컨소시엄’은 어떻게 운영할 예정입니까?
“교육 분야와 관련해서는 교과 과정의 세계 표준화를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복수 학위를 줄 수 있도록 선택적 진로과정까지 디자인할 계획입니다. 연구 분야에서는 첨단 과학기술의 공동 연구와 지적재산권 상용화, 대학기업 육성을 위한 국제 클러스터 등을 구상중입니다. 행정 분야에서는 대학입시 제도, 이사회 경영 방식, 회계 제도 및 제반 규정, 대학 행정인력 훈련 등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고요. 이러한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9월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에서 연구분과위원회가 열렸고, 10월에는 호주 RMIT대학에서 교육분과위원회가 개최됐습니다. 컨소시엄은 고등교육과 관련한 각국의 제도적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회원 대학들이 먼저 자구책을 강구함으로써 교육개혁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총장 취임 후 천명하신 중장기 발전 계획의 하나인 ‘e캠퍼스 구축’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습니까?
“대학들은 같은 과목을 복수의 교수나 강사들이 가르치기 때문에 교육의 질 균등화에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외국 명교수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죠. 우리 대학교는 이 같은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eLearning’ 강좌 개설, 전자 행정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e캠퍼스’를 실현해 가고 있습니다. 저희가 자체 개발해 운영하는 eLearning 강좌는 강좌 수와 수강 인원에서 전년 대비 150%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재 eLearning 강좌는 103개가 개설돼 있고, 1만6,000여 명이 수강하고 있습니다.”
― 그러한 온라인 강의가 기대했던 만큼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십니까?
사회 변화에 부응하는 프로그램 개발중
“물론입니다. eLearning 강좌는 우선 주입식 교육 대신 쌍방향의 창의적 교육을 가능하게 합니다. 수요자 중심의 교과 과정 개편, 저비용 고효율 교육의 실현도 가능하고 교육에 대한 교수와 학생의 만족도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 대학교는 앞으로 3년 안에 교양선택 과정의 80%, 교양필수 과정의 50%를 eLearning 강좌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기업인 등을 강사로 활용해 실용학문을 강화하고 U7 컨소시엄 대학과 협력해 세계 명문 대학 스타 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인공위성 학습 시스템도 구축해 볼 작정입니다.”
― 대학 장기 발전 방안과 관련해 ‘제4세대 르네상스’ 실현을 공언하신 것으로 압니다. 제4세대 르네상스는 어떤 의미인가요?
“취임 후 학교 발전을 위해서는 좀더 구체적인 모티프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에 인하대가 공업입국의 메카 역할을 수행했던 1954년부터 1967년까지를 제1세대 르네상스로 규정하고 한진그룹의 재단 인수 후 종합대학으로 발전한 1968년부터 1986년까지를 제2세대 르네상스, 부속병원 개원을 계기로 양적 성장을 이뤄낸 1987년부터 2001년까지를 제3세대로 각각 규정해 본 것입니다. 말씀하신 제4세대 르네상스는 인하대학교 중흥의 가장 중요한 전기가 될 2002년부터 2010년까지를 뜻합니다.”
― 4세대 르네상스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복안은요?
“먼저 교육·연구 인프라의 획기적 확충을 통해 세계 유수 대학과 견줄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것입니다. 지난 2002년에는 동문들의 성금으로 벤처 창업관을 개관했고, 2003년에는 동양 최대 규모의 최첨단 디지털 도서관인 정석학술정보관과 동북아 이공계 연구의 산실이 될 16층 규모의 인하하이테크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4월에는 1,4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2기숙사도 착공했습니다. 우수 교수 확충과 연구 능력 극대화 방안에 따라 2010년까지 교수 1명당 학생 수를 현재의 34명에서 20명으로 낮출 생각입니다. 이와 더불어 과학논문 인용색인(SCI) 논문 1,500편 및 연구비 수주 잔액 5,000억 원 돌파 등의 목표도 세워 놓았습니다. 우수 학생 선발과 취업률 100% 달성이라는 목표도 있습니다. 우리 대학의 수시입학 경쟁률은 매년 높아져 2002년 4대 1, 2003년 8대 1을 거쳐 2005년도 신학기에는 20대 1을 돌파했습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중입니다.”
― 말씀하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려면 재원 확보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재단의 지원은 충분하다고 보시는지요?
“1968년 한진그룹이 재단을 인수한 이후부터 인하대학교의 중흥이 급류를 타기 시작했죠. 이를 통해 1971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했고 1996년에는 의과대학 부속병원도 개원할 수 있었습니다. 500억 원이 들어간 정석학술정보관 건립 등 재단의 전폭적 재정 지원에 힘입어 우리 대학이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사립대학은 학생들의 등록금 외에 재단전입금이 중요한 재원입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 동안 총예산 대비 재단전입금 비율은 15%에 달했습니다. 이것은 국내 명문 7개 사학의 평균치인 12.9%보다 훨씬 높은 수치죠. 재단의 전폭적 지원을 생각하면 총장으로서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홍 총장은 취임 후 학생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 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CEO 초청 특강’을 개설했다. 홍 총장은 매학기 15명의 CEO를 강사로 초빙하고 평균 500명이 수강하는 특강의 첫 강의를 직접 진행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학교 운영 계획을 설명하고 대학생이 지녀야 할 자세 등을 주문하는 기회로 삼는다.
― CEO 초청 특강을 구상한 계기라도 있었습니까?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일본 저널리스트가 쓴 <도쿄(東京)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을 읽고 우리 대학도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자본주의 경제, 기술 혁신 등으로 급변하는 세상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현실사회를 보는 안목을 키워주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비전을 심어 주자는 생각에서 정규 과목으로 개설한 것이죠.”
― 특강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하던가요?
“개설 당시부터 학교 안팎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죠. 우선 강의가 재미있고 성공과 실패의 교훈이 전달되기 때문에 유익하다는 반응이 압도적입니다. 학생들에게 CEO의 꿈을 심어주는 계기도 된다고 봅니다. 강의하는 CEO들이 인하대학생들과 만남으로써 졸업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효과도 있지 않겠습니까?(웃음) 저희가 개설한 특강은 그뿐이 아닙니다. 벤처 창업가들의 경험과 지식을 전수받을 수 있는 ‘창업학 특강’, 문학·철학·역사 등 인문학적 소양과 기초과학 지식 함양을 위한 ‘지성학 특강’, 청년기에서 장년기까지의 삶과 진로를 준비하는 ‘성년학 특강’, 주요 국가의 대사들을 초빙해 각국의 21세기 세계화 전략 등을 듣는 ‘세계학 특강’ 등도 개설했습니다.”
‘졸업할 때 더 우수한 인재’ 양성해야
홍승용 총장(가운데)이 지난 4월 인하대에서 열린 글로벌 U7컨소시엄 회의에 참석한 외국 대학 총장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말씀하신 것처럼 대학들 나름대로는 실용교육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우리나라 대학들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은데요?
“지식기반사회로 바뀌면서 고등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대학 졸업생이 그러한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지면서 학생들은 취업하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기업은 기업대로 신입사원 재교육에 따른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죠.”
― 그러한 문제점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학들이 처한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서 원인과 해답을 동시에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대학교육을 둘러싼 패러다임은 큰 변화의 와중에 있습니다. 즉, 대학 시장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대학의 경쟁 논리는 적자생존에서 강자생존으로, 대학의 투자 전략은 백화점식 분산투자에서 특성화된 선택과 집중으로, 대학간 국제 협력은 일방적 수혜 형태에서 쌍방간 호혜 형태로 변모하고 있거든요. 대학 구성원들이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짚어내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의 변신이 가능하고, 진정으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 말씀하신 패러다임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인하대의 노력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습니까?
“첫째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입니다. 하나의 예로 우리 대학교는 동북아 거점도시로서의 지역적 여건과 재단의 강점을 살려 아태물류학부를 설립해 집중 육성하고 있습니다. 아태물류학부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특성화지원사업에 2년 연속 선정되는 등 동북아 물류 전문인력 양성의 메카로 자리잡아가고 있죠.
둘째는 실용 학풍입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나 공기업 등과 산학협력을 통해 인턴십과 학점 취득 제도를 추진하고 있고, 공학교육인증을 획득하는 등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래 핵심 산업인 디지털 문화산업의 인재 육성을 위해 2005학년도부터는 문화콘텐츠 전공과 연극영화 전공을 신설했습니다.
셋째는 내실 있는 교육입니다. 인하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재학중 폭넓은 현장실습과 기업의 실무 강좌를 통해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함양하고, 인하졸업인증제를 통해 국제화 실력을 갖춘 지식기반사회의 핵심 인재로 졸업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주요 대기업체의 대학 선호도 조사에서 7위를 차지하는 등 ‘입학 때보다 졸업 때 더욱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홍 총장은 “현실 문제를 놓고 씨름하는 공직생활보다 미래의 리더를 키우는 대학에서의 생활이 훨씬 더 보람이 큰 것 같다”고 말한다. 홍 총장은 ‘대학 총장의 역할’을 A, B, C, D 네 가지로 나눠 역순으로 설명하기를 즐긴다. 먼저 꿈(Dream)을 제시하는 가운데 학생·교직원·동문·재단을 한데 묶어낼 수 있는 치어리더(Cheer leader)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꿈과 비전을 구체화하는 역할(Builder)을 해야 하고, 학교의 홍보 등에서 적극적인 활동가(Activist)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과 기업과 사회를 상대로 인하대학교가 결코 만만한 대학이 아님을 알리고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 총장의 역할”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총장은 대학의 ‘치어리더’
― 인천은 서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방도 아닌 특이한 위상의 도시라고 봅니다. 이러한 도시 성격을 놓고 볼 때 인하대학교가 지역사회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대학은 기본적으로 지역과 국가 발전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인하대는 글로벌시대에 부응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21세기 국가경제를 이끌어갈 ‘인천경제특구’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혁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도 우리의 큰 의무입니다. 첨단 과학기술을 현장에 접목시키고, 새로운 창업을 보육하고, 법률·경제적 컨설팅을 추진하는 것 역시 대학의 몫이죠. 인천의 전국대비 지역경제비율(GRP)이 4.7%에 불과합니다만, 이것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도 저희가 추진하고 있습니다.”
― 인천이라는 지역적 이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21세기 동북아의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하게 될 것이며, 이것은 인천경제특구의 성공과 직결될 것입니다. 인하대는 동북아의 관문인 인천에 위치한 이점을 살려 인천의 성공, 나아가 대한민국의 성공을 담보할 우수한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교육과 연구의 허브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이것이 21세기 인하대가 꿈꾸는 궁극적인 목표라고 보면 맞습니다.”
선발 관련 대학의 자율권 보장해야
― 인하대를 여전히 ‘공대’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인식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인하대가 여전히 공대의 역량이 강한 것도 사실이죠.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개교 당시 공업입국에 필요한 우수한 인력 배출이 창학의 최우선 목표였다는 점을 되새겨보면 공대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하대학교는 그동안 국내 3대 공대로서의 자부심으로 우수 산업인력 양성에 매진해 왔으며,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인하대의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날로 심화하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야말로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학입시에서도 이공계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반면 인문·사회계 지원자는 급증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든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전시켜가야 할 우리 현실에서 이공계 기피 현상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가적으로도 관심을 두고 있는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도 우수한 이공계 인재는 필요합니다. 탁월한 이공계 인재 1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 현실 아닙니까.”
― 향후 인하대학교 발전의 기본틀은 어떻게 설정해 놓으셨는지요?
“인하대학교는 개교 50주년을 맞아 <중앙일보> 전국대학평가 9위, 교육인적자원부 4년 연속 교육개혁 우수대학 선정, 2년 연속 교육부 특성화 우수대학 선정 등 10대 명문 사학의 위상에 걸맞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평판에 안주할 수 없으며, 미래에 대한 철저한 비전을 재정립하고 또 다른 5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의 국립대학 재단화 및 통폐합, 중국의 ‘211공정’ 등 주변국들도 글로벌대학을 만들기 위한 전략을 추진중이기 때문에 우리의 분발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이에 인하대학교는 ‘글로벌 인하비전 2020’이라는 제1차 중·장기 발전 전략을 선포하고 ‘한국의 명문 사학’에서 ‘세계의 명문 사학’으로 발돋움해 나갈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첨단 과학과 물류에서는 2020년까지 세계 10위권에 진입하고, 이공계는 SCI 논문 등에서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한다는 비전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최근 교육계의 현안으로 떠오른 고교등급제 논란에 대한 홍 총장의 입장을 물어 보았다. 교육부는 물론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까지 나서서 대학을 싸잡아 비난하는 듯한 분위기에 홍 총장도 마음이 편치 않아 보였다. 홍 총장의 얘기는 이러했다.
“기업이나 사회나 국가 모두가 대학에 대해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라고 주문합니다. 그런 주문을 하면서 학생은 대충 뽑으라는 식으로 말하면 곤란하죠.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전제 하에 학생 선발과 관련해서는 대학의 자율권과 다양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교육의 평등이나 형평성 문제가 많이 거론됩니다만, 이것은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라고 봅니다. 지금처럼 고교 졸업생의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 대충 뽑아 교육하는 것이 형평에 맞는지, 아니면 실력 있는 인재를 선발해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형평에 맞는지는 진지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2004년 11월호 | 입력날짜 2004.10.19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