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넌픽션 콩트>
길동돼랑
2007.01.0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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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각은 밤 10시 반여...
턴키프로젝을 하는 우리 사무실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산하기만 하다...
어쩌면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는것인지도 모르지...
팀장은 오늘도 일찌감치 운동(수영)을 갔다가 이제 막 들어와 뭔가 새로운 ALT.를 디자인하려 시작하고 있다.
건강을 지키려는 처절한 그의 노력이 가상하긴 하지만, 과감하게 업무를 접고 건강에 투자하는 것...
몸뚱이가 생명인 월급쟁이로서 당연하고 옳은 일이지만,
반면에 일에 치여 그러고 있지도 못하고 있는 (소심한) 나는 또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꼬우면...그럼 당신도 하지? )
그래...나도 내일부터는 그렇게 해야 되겠다...
6개월치 헬스를 끊어 놓고, 한달에 한번정도 헬스에 간꼴.....
50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아직 그의 건축적 정열과 에너지는 전혀 가실줄 모른다.
하지만 가끔씩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집요하게 그의 건축을 하면 할수록,,,,
내게는 스트레쓰로 다가오니 이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다르다. 묘하게도 거의 의견일치를 보는 경우가 드물다.
적어도 이 빌어먹을 턴키판에서 만큼은...건축을 바라보는 서로의 관점이 다른것이다.
아니 관점이 다른정도가 아니라, 턴키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사사건건 내 판단이 틀린건지도....
건축의 실체는 온데 간데 없고, 그저 GAME에 이기기 위한 온갖 트릭과 편법이...
나도 이제는 흰머리가 희끗하다 못해 이제는 로멘스그레이가 될판인데,
팀을 옮긴뒤...(턴키로 특화된 전략설계팀...직원들은 우리팀을 졸라설계팀이라고 부른다...^^)
디자인에 대한 의사결정자가 아닌 의사결정을 위한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이 나이에 새삼하려하니 고역이 아닐수 없다.
다른 아랫 직원들은 저마다의 일로 부산하다.
물론 어떤 사람은 모니터에 몰입하여 뭔가를 하고 있고, 하지만 항상 업무에 관련된것은 아닐테고...
아~~이제 눈이 침침하다 못해 아프기까지 하다.
며칠전 안경점에 갔더니 (헥?! 노안끼가....)
요즘 여러 가지로 하루종일 스트레쓰를 많이 받은 돼랑은 갑자기 탈출구가 필요했다.
"에이 썅~~"
아내 돼순에게 문자를...
옆에 직원들 몰래 아내와 교신하는 수단으로 문자메세지를 쓰고 있는데 기가 막힌다.
무료문자 월당 100건을 쓰다가 이제는 스트레쓰가 증대되는 만큼 아내와의 교신 횟수가 늘어나게 됨에 따라
아예 월당 2000원 더내고 100건의 문자를 더 쓰고 있다.
"10시까지 소방차 몰고 회사옆 갈비집 주차장으로......""
소방차라 함은 올겨울 어렵사리 장만한 mars red 그랜드 카니발인데 우리 가족은 다들 그렇게 부른다.
회사에 찌들어 있다가도 이 차만 타면 스트레쓰가 봄눈 녹듯 녹는다.
선루프로 느껴지는 찬 공기....
그리고 R/V 에서 느낄수 있는 다른차가 내려다 보이는 그 뭐랄까 약간의 부양감 같은것....?
늘 그렇듯이 느닫없는 문자를 받은 돼순은 오랜 시간 내 넉두리를 들어 오던 터라
이 문자에 담긴 적라라한 뜻을 이미 다 알아 들었을게다.
"확 돌아 버리겠으니, 소방차 몰고 빨리와요........어서~~~."
밤늦은 테헤란로...
아직 불켜진 사무실들 속에서 삶의 치열함을 느낄수 있고 그 또한 스트레쓰로 다가온다...
아울러 꼴사납게 불끈 솟은 거대한 안마시술소의 선전용 기둥(?)들도 싫다.
갑자기 테헤란로 언저리가 싫어졌다.
그래 탈출하는 거야....
아내 돼순이와 논의 끝에 며칠전 가보려다 실패했던 북악스카이웨이로 가기로 했다.
동호대교를 건너 대학로 지나 혜화동로타리를 감아돌아 창경궁쪽으로...
이 시간에도 대학로는 인파들로 북적북적한다.
삼청동 근처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기는 아닌게야... )
이동네에서는 아무리 헤매도 북악스카이웨이로 가지지는 않는다는걸 며칠전 드라이브에서 알수 있었다.
(사실 며칠전에도 북악스카이웨이를 찾아왔다 실패하고 돌아간적이 있다.....)
pass...
그럼 이번에는 안국동에서 우회전...
어? 북악산길....?
드디어 찾았다. 명성대로 북악스카이웨이에서의 서울 야경은 장관이다
이제 점점서울의 건축물에도 경관조명이 연출되어 아름다움을 더 해 가는것 같다.
마치 늦은 시간 비행기에서 내려오며 도시를 즐기는 기분이랄까?
구름에 올라 팔각정 휴게소를 지나 마냥 도시의 야경을 지나다 보니...
"정릉"이라고라....? 산을 넘어 삼청동쯤 내려와서 며칠전 봐둔 북카페에 가려 했는데...
아예 성북구로 ㅎㅎㅎ... "여행의 의외성" 어쩌면 우리네 인생살이(삶의 의외성)와 같은것 아닐까...?
어찌어찌 차를 몰다 보니, 다시 혜화동 로타리로 해서 삼청동까지 운좋게 와졌다.
와인바는 비싸 보이고 해서 허름해 보이는 째즈바에 갔다.
나이드신 꽁지머리 아저씨 내외분이 와인과 함께 커피도 판다.
아내는 커피, 나는 벡스다크...
저 아저씨는 아직 모르고 있겠지만, 이미 여기는 내 단골집이 되었다....^^
도심속에 사는 누구에게나 어쩌면 저마다의 "비트(은신처)"가 필요한게다
끊임없는 직장내에서의 스트레쓰에 대한 다소는 장황하고, 지루한 이야기를 아내는 잘도 참으며, 끝까지 들어준다.
심지어 욕구불만인 건축 디자이너의 고충과 방황을 들어주고 따끔한 비판도 마다 않는다.
당근과 채찍...(ㅋㅋ......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인가? )
이 험난하고 피곤한 세상에 더 없는 카운셀러를 모시고 사는 나는 그나마 행운아인것이다.
1시경에 끈적한 째즈음악을 뒤로하고...거리로 나섰다.
들어오던 길과 반대로 나섰더니 웬 경찰 아저씨가 근무를 하고 있다.
분위기가 범상치 않아 물어봤다.
"수고하심다...근데 아저씨 여기가 어디예여? "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아저씨 머리 뒤로....
"청와대 XX길"이라고 써 있다.
아 그랬구나...
이 정감 있는 동네가 청와대 옆집인지는 정말 몰랐데이~~~
댓글목록 4
김시우님의 댓글
건강보다 중한것은 없네. <br />
스트레스 가볍게 물리치는 방법을 여러방면으로 모색하면 <br />
그것이 오히려 생활의 재미로 다가올 걸세.<br />
<br />
남들에게 쉽게 읽혀지는 글도 작가는 혼신을 다해 써내려간다는 것임을 나는 잘 아네.<br />
시간을 내어 항상 좋은 글을 남겨주어 감사하고 <br />
올해도 자네의 재미있고 의미심장한 글을 기대해도 되겠지... <br />
<br />
돼랑님의 댓글
조금 힘든 시간이 되겠지만, 또하나의 고비를 넘기게 되는거 같고....<br />
어느길이 제게 더 어울리는지 좀더 생각해 보고 용단을 내려 볼까 합니다.<br />
계속 있는것도 용기가 필요하고, 옮기는것도 그 이상의 용기가 필요하군요..........^^
돼랑님의 댓글
한국시간으로 새벽 1시 10분 ...스트레쓰에 ....암튼 힘든시간을 보내고 있읍니다.<br />
물한컵 벌컥 마시고 또 마음 다잡아 봅니다.....^^<br />
김종삼님의 댓글
언제 한번 콩트집을 내시면 인기가 있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