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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자유게시판

<감동실화> 다시보는 유언장 (4회)

김시우
2007.03.19 12:45 1,29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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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선배님들이 동문회 홈페이지에서 내 수술 소식을 보고 전화를 주셨다. 무리가 되었는지 기관지가 또 다시 부어올라 목소리를 낼 자신이 없어 받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전화를 드려 안부를 전했다. 

그 중 한 분으로 부터 그 동안 위염까지 유발하고, 애간장을 태우던 소송에서 이겼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새로운 판례가 만들어졌다며 기뻐하시며 내 사업에 참고하라는 덕담도 주셨다. 뵐 때 마다 늘 시름에 찬 얼굴을 하고 계셨는데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신년 모임의 다음날에는 또 다른 선배님께서 '많은 가족이 모여서 참 좋았는데 자네가 참석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하며 '동문회를 위해 준비한 음식이 여유가 있어 그것을 가지고 우리집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나는 선배님 내외, 특히 아직도 현직에 계신 형수님이 동문회 음식 준비하느라 피곤할 텐데, 일요일에 쉬지도 못하고 멀리까지 오시게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오랜동안 뵙지못해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역시 민폐끼치기 싫었고, 마침 타주에서 아내의 친지들이  방문하기로 되어있어 정중히 사절했다. 전화로 안부를 물어주신 것으로 충분하고 황송했다. 새로 동문 회장이 되신 선배님도 걱정하시며 안부를 물어오셨다.

나는 새해가 되면 우선 생각나는 사람의 이름을 종이에 쭉 써내려 간다. 이렇듯 내 삶의 주위에서 아끼고  걱정해 주시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것은 동물이 아닌 인간의 특권이기 전에 도리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서야 연락처 자료를 보고 혹시 빠진 사람이 있나 다시 짚어본다. 감사를 드려야 할 사람을 혹시 잊고 있었나 스스로 점검하는 것이다. 대학 졸업하고 처음 집을 떠나 객지에 있었을 때 부터 시작된 20년이  더 된 습관이다.

어린 나이에 비교적 비중이 큰 직무를 부여받은 나는, 가끔식 버거운 일을 감당해 내면서  객지의 숙소에 앉아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지켜봐준 사람들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그리운 그들을 떠올리면서 베겟잎을 적시다가  이 세상을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직감적으로, 절실하게 깨우쳤다.

연락이 끊겨 리스트에서 빠져나가는 사람이 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그 숫자가 늘어간다.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었던 3년전에는 카드가 아닌 “연하편지” 라는 편지 형식의 연하장을 보낸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근간에 들어서는 연하장 속지에 인사말을 인쇄하여 붙이는 결례를 범하기도 하지만, 가급적 자필로 쓰려고 노력한다.

1년을 그들과 어울리며 사회인으로서 살아온 나를 돌아보기 위한 것이지 답장을 기대하고 인사를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내 연하장을  받아볼 때 쯤이면 이미 답장을 보내기 다소 늦은 시기가 되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한 장 한 장 연하장의 하얀 속지에 글을  쓸 때마다 그와 함께 했던 추억이 떠올라 혼자 미소짓기도 하고 서운했던 기억은 털어낸다. 그런데 올해는 마음이 예년과 좀 다르다.

댓글목록 2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7.03.19 12:47
  동문 칼럼에서 3회까지 연재되었습니다.

정창주님의 댓글

정창주 2007.03.19 19:06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이 사람으로서는 당연한데, 바삐 살다보면 꼭 지나쳐가는 것 같습니다.<br />
저도 이 참에 생각나는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