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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자유게시판

<감동실화> 다시 보는 유언장 (7회)

김시우
2007.03.25 20:22 1,208 1
  • - 첨부파일 : 날개꺽인_천사.jpg (14.7K) - 다운로드

본문



“ 정말 그럴까? 우연히 같은 대학 나왔다는 것이 뭐 대단한 인연이라고… 대단한 인연이면 그렇게 하면 안되지.
일 년에 한 두 번 정기적으로 모여서 윷놀이하고 노래 장기자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예기치 못하게 기쁘고 슬픈일을 당한 동문과 함께 자리를 하여,
기쁨을 배가시키고 슬픔은 나누어 반으로 줄이며 격려하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분간도 못하잖아.”

“ 하긴 그것도 진정한 동문회의 취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나마 정기적인 모임이 없으면 만나지도 못해요. 미국 이민생활 잘 아시잖아요.”

“ 그래도 그렇지, 지난 일을 잘 생각해봐, 지난 동문들 관혼상제때  네 아버지가 전립선암이 발견되어 집안이 발칵 뒤집혔지만 내색하지 않고 참석했고,
설상가상 여동생 아들까지  혈액암에 걸려, 네  골수채취때문에 부득히하게 참석할 수 없는 경우가 생겼을 때는,  일단 서신으로 축의금을 보내고 나중에
시간을 내어 찾아 뵈었지. 그런데 생사를 넘나들었던 너에게 찾아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잖아. 정내미 떨어지지 않아? 사람들이 기본이 안 되있잖아.”

“ 왜 공치사하려 들어요?  더구나 이간질까지...그 사람들 내가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어요. 나 자신도 이렇게 후유증이 큰 수술인 줄 알았으면 하지도
않았을 것이구요.  그리고 민폐끼치기 싫어 내 스스로가 알리지 않았고, 면회도 거절했다고 몇 번이나 말을 해야 돼요. 뒤늦게 알고 안부전화 주신 것만으도
저는 황송해요. 아~ 진짜 화나려고 하네…”

나는 사탄에게 바락 바락 대들었다.

“……… 쩝, 어쨋든 다신 동문회에 나가지 마. 네가 알고 있는 동문선배 2명과 후배 1명도 안 나가잖아. 그 사람들은 왜 생각이 없겠어. ”

" 그건 그런 이유가  아네요오~ 그 사람들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 안 나가는 거예요, 1명은 군대 갔다와서 복학하지 않고 중퇴했고,  다른 선배들은  하루에
12시간을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들데요, 아이들과 아침을 같이 먹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없답니다. 제발 자기 존재를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더군요.
비참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 근데 교우들 하고 동호회 회원들은 모두 방문했잖아. 네가 동문들에게 사랑받고 있거나  영향력이 있다면 그렇게 무관심하게 대했겠냐구…
자존심 상하지도 않아? 대학 동문은 잊어버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으면…”

“ 그건 목사님이 주도한 기습방문 이었어요. 내가 전화를 안 받으니까 걱정되기도 한거구요. 그리고  상처받은 것도 없구요, 앞으로 그럴 일도 없어요,
내가 살아온 전철의 궤도를 추적해보면 산전수전 다 겪은 저로서는 이런 것은 무감각한 일이예요. ”

“ 그래? 그럼 도움주고 도움받은 것도 없지?”

“ ??? ”

" 그럼 홀가분하게 잊어버려. 그리고 그 정열과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쏟아,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까지 버린다고 했어. 공자님도 '멀리서
친구가 찾아와 주는 일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냐’고 했으니 네가 느끼는 서운함은 옹졸함이 아니야? 내가 매번 너에게 졌지만 이 번만큼은  분명히 내가 옳아.
내가 왜 색깔이 까맣고 저기 천사는 하얀 줄 알아?”

“ 예? ”

“ 쟤는 저 하얀 옷이 더럽혀질까봐 겉만 빙빙 돌면서,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살짝 발만 담그고 있다가 흙탕물이 튈까 싶으면 싹 빠져버리는 비겁자이기 때문이야."

" 비겁자요?"

" 그래, 쟤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정직'을 무시하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남을 미워하고 질시하고 저주하는 속마음을 숨기고 있는거야.
쟤는 세인들이 ‘천사는 좋고,  나는  무조건 나쁘다’고 믿는 오래된 편견에 영합하며 자기의 존재가치를 고고하게 돋보이려 하는거라구."

" 지금 철학을 논하고 싶지 않아요. 쉽게 얘기하세요."

“ 천사의 사촌뻘 되는 요한이 그랬다며?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오직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라고… 하나님의 자녀라고 자처하는
그들이 어떻해 했어, 정 반대로 했지? ”

“ 왜 이렇게 얘기를 비약해요?...  에이~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댓글목록 1

김시우님의 댓글

김시우 2007.03.27 15:09
  [그림설명] <br />
날개를 다쳐 흑인소년으로 부터 구조를 당한 천사가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눈을 가려달라고 했답니다. <br />
처음 그림을 보고 약간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뭔가를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