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영화 ‘사랑을 놓치다’ 를 보았다. 그굘?그 영화장면에서 인하대학교와 유사한 캠퍼스 전경이 보였다. 
 나는 무심결에 상체를 급하게 일으켜 자세히 보려다 ‘악’ 소리를 내며 목의 통증으로 다시 드러누웠다.

그 때 천정에서  어제  1차전에서 사탄에게 제대로 펀치 한방 날리지도 못하고, KO 펀치를 맞고 넉다운되었던 천사가
한쪽 눈덩이가 멍이들고 이마에 십자형으로 반창고를 붙인 얼굴로 바쁜 날개짓을 하며 날아 들었다.

“거 봐아~, 네가 인하인 이라는 것은 불변의 기정사실이고 거기서 벗어날 수 없어. 네가 얼마나 동문을 사랑하는 줄 너 자신은 잘 몰라.
너 수술후 숨쉬기 곤란할 정도로 기도가 붓자, 하얗게 바짝 말라 터진 입술을 간신히 움직여 '물 한 컵 벌컥거리며 마시고 죽어도 소원이
없겠다'고 속삭였지?

“……”

“그처럼 모든 일은 당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법... 네 집도 인하대학 부지와 담장하나 사이두고 있었고,
네가 어릴 적 그 담장 개구멍을 드나들며 동네친구들과 축구하고 뛰어놀던 곳도 인하 대학 운동장 이었지 아마?… 그것도 기억나 ?

“뭐요?”

나는 아직도 찡한 통증이 느껴지는 목 뒷덜미를 감싸 잡은채 퉁명스럽게 물었다.

“ 대학교 형들이 실험하고 버린 카바이트를 주워 땅을 파내어 묻고 그 위에 친구들하고  고추를 꺼내 쉬~ 한 뒤,
나뭇가지로 덮은 흙에 구멍을 내고 성냥불을 그어대면 땅속에서 파란 불이 솟아 나왔잖아. 거기다 방아깨비 메뚜기 뒷다리  구어먹고...
그 같은 추억의 장소를 유영하는 동문들이 이역만리에 같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아?  자! 눈을 감아봐. 아직도 너는 거기서 뛰어놀고 있지? "

“ ……”

“ 네가 한국의 대학 친구들에게 메일을 쓸 때 마다  말미에 「 나의 조국 대한민국 화이팅, 나의 산실 인하대학교 화이팅, 나의 영원한 친구 화이팅」
이라고 항상 쓰잖아.”  너는 인하인으로 태어난거야.”

“……”

“모든 사람이 그것이 옳던 틀리던 네가 하는 방식으로 살지는 않아, 틀리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르다고 생각해, 너는 항상 남과 달랐잖아,
그리고 그 유니크함을 즐기지 않았나? 그런데 왜 너와 다른 사람을 미워해?”

“ 그래도 그렇지, 경우가 그게 아니잖아요 천사니임~, 틀리기 때문에 다른 거지요, '틀린 것'을 ‘다르다’ 라는  범주에 넣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리고 누가 미워했다고 했어요. 걍… 내 경험과 가치관으로 볼 때 쬐금 이해가 안되는 거지.”

“ 네가 하고 싶은 거 못하게 해서 네 진로가 바뀐 것 때문에 아버지 미워했잖아,  그리고  네 아버지 암에 걸리고서야 조금 마음이 흔들렸지?  
사랑하고 용서하는 것은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어, 하지만 미워하는 저주하는 것은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냐, 오직 하나님만이 하시는 것이지. ”

“ 근데 아직도 용서가 안돼요, 아휴~ 전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침대에 누워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아침 일찍 밖을 나섰던 아내가 돌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생태 매운탕을 만들기 위해
흔하지 않은 그것을 찾아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결국 다운 타운 퍼블릭 마켙까지 다녀온 모양이다.
그런데 그녀가 눈이 벌겋게 충혈된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녀의 손에는 내가 수술전 은행 보관함에 넣어 두었던 유언장이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