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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인하대학교 동문회

자유게시판

죽기살기로 문수산 오르기....^^

돼랑
2007.06.27 07:43 75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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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교 ROTC 모임중의 하나인 WALKERS 라고 하는 걷기 동호회의 정기 모임이 있는날 김포의 조각 공원에서 오후 3시에 모이기로 했지만,

괜시리 마음도 들뜨고, 중2 아들 녀석의 시험기간이라고
오늘 하루 집밖으로 나가주었으면 하는 아내의 눈치를 채고는
작은 등산 가방에 썬크림을 비롯한 이것, 저것....
걷기를 위해 필요로하는 것들을 챙겨 일치감치도 집을 나섰다.

나의 애마...
빨간색 그랜드 카니발에
보랏빛 새벽 공기를 가득 담고...김포로 네비게이션을 셑팅한다.

오늘따라 네비게이션 아가씨의 음성이 맑고 밝다(?)
언젠가 TV에서 보았던 대명항도 가보았고,
가까운 덕포진 산책로도 거닐어 보았다.

누가 김포를 그저 강화로 가는 길목에 있는,
가볼데 없는, 별볼일 없는 지역이라고 했나...?
나름대로 때묻지 않은 자연과 잘닦인 도로에 비해 고즈넉한 평화로움이...

이윽고 종착지...김포조각공원에 도착하니
아직도 11시 약속시간까지는 4시간이나 남았다.
그런데 조각공원 뒤로 꽤 잘생긴 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냐...시간 때우기용 등산
내 이럴줄 알고, 등산화를 차에 실었지...

자 그러면, 등산로를 찾아보아야지...
조금 더 가서 좌회전해서 보니 청룡회관이라...
돌격형 머리를 한 늠름한 해병대 아저씨들이
목욕을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등산복 차림의 아주머니들에게 저 산의 등산로 입구가 어디냐고 물으니,
죠오기 부대돌아 조금만가면 된다고 해서 차를 돌려 등산로를 찾았다
마침내, 등산로 입구라고 써 있는 큰 팻말을 보고, 꽤나 깊숙이 차를 몰아
흙바닥으로 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등산화로 갈아 신었다.

저정도 산이야 뭐....
후딱 댕겨오지.......
어디로 올라가나 고민하다, 간신히 인적을 느길수 있는 등산로를 발견,
그래 사람많은 청계산 같기야 하겠어?

하지만 인기척이 너무 없다.
없어도 너무 없다.
하지만 뭐 별일이야 있겠나....?

게다가 뭐 앞뒤 잴 겨를이 없는게
처음부터 계속 계속 오르막이다.

올라가면 갈수록 바닥에 인기척은 있으나,
가파른 경사에 머리에 나뭇가지가 계속걸려,
거의 기어가는 꼴이라니...

푸다다닥!!!!!!
갑자기 뭐가 난리를 치며, 날아 오른다.
놀라 기겁을 하고 미끄러 졌다.
무르팍이 까져 나가는 느낌....우씨
얼핏본 내눈에는 부엉이 한마리가....

겨우 너른 바위 하나를 발견하고,
비로소 허리를 폈다.
저멀리, 올라온 마을도 보이고, 주차해둔 내차도 보인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냐?

고개를 들어 정상을 보니 가고져 하는 정상쪽은 아니고,
그 옆산 인것 같기도 한데...
어쨓든 능선으로 올라 타면 정상으로 갈수는 있을것 같기도 하다.
확실치는 않지만, 저기 바로 위 능선에서 비로소 인기척도 느껴지는 것이...

문제는 자 이제부터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는 것인데,
순간 당황한 것이....
앗! 길이 없다. 올라가는 길도 내려가는 길도 옆길도...
조그마한 길의 흔적은 있으되,
딱히 이리로 올라가면 되겠다 싶은 길 같지도 않은 길이 없는 것이다.

위로 올라가는 길은 분명 가다가 끊겨 있었다.
하지만, 이때 그 덤불을 헤치고라도 올라갔어야 했었다.

가만히 있으니, 몰려드는 산모기떼를 감당할수가 없다.
이때 겨우 발견한것이
군부대용 통신선...
그래 이걸 따라 가는거야....
그럼 해병대 아저씨들이 지키고 있을 정상 언저리로는 가겠지?

조금 통신선을 따라가다 보니, 통신선은 고압선과 만나게 되고,
하늘도 꾸지리한데,
이 장마철에 비라도 오면, 감전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문제는 그 보다 이놈의 통신선을 철썩같이 믿고 올라가고 있건만,
또 길이 있다가도 없다가도 하는 것이다.  

결국 일은 벌어졌다.
통신선과 고압선은 덤불...
그것도 이번에는 가시덩굴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어찌하오리...?
이걸 산중고립이라고 하는구나....
가파른 경사로에 바닥은 또 웬 미끄러운 자갈이....
게다가 낮은 소나무에 허리도 못펴겠고...
모기떼는 에엥하고 달려든다.

아~
이때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
지척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나를 안심시켜준다.
하지만 오히려 피곤이 엄습하며, 기진 맥진....

아 난파된 "로빈슨 크루소"의 마음을 조금은 알것도 같다.
지금이 기회다... 만약 저사람들을 놓치면, 언제 또 사람을 만날것인가...
나는 지금 불쌍한 조난자 신세다.  
챙피하지만, "사람살려...!"라고 해볼까?
하는 순간에 바로 가까이 가시덤불 위로 사람 머리가 보인다.
정말 가까운 거리에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3m 앞을 갈수가 없다.

가시덤불 뒤로 웬 무너진 석축까지 가로막고 있다.  
등산용 피켓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피켓 대신에 배낭을 앞으로 하고,
가시덤불을 헤치고 간신히 한길 석축에 다가가서
위에 있는 중년 아저씨에게 올라가게 도와달라고 했더니..

"조금만 돌아오시면 되니, 한 오십미터 돌아오시면 된다고...."

헉!
오십미터 라고라~~~
그리는 못합니다. 단 오미터 돌아가기도 힘이든 상황...
아저씨 그라지 말고 손한번 빌립시다고 간청에 또 간청....!
그러는 동안에도 반바지 차림의 나는 산모기들의 좋은 회식감이....

1m는 돼랑이 석축을 밟고 뛰어 올랐고, 1m는 아저씨가 잡아 당겨 주셨다.
다시 밀려 떨어지면 기운이 떨어져 다시는 석축위로도 못올라가겠다는 생각에...
땀에 미끄러지는 손목을 죽을 힘을 다해 감아 쥐었다.

아마... 이런 기분은 바나나보트 타다, 구명조끼가 풀린상태에서
보트에 죽을 힘을 다해 다시 오르는 느낌이라고 할까?

간신히 석축을 올라 앞을 보니 여기는 정상 부근의 헬기장....
하늘이 노랗다....의자에 몸을 맡기고 가쁜 심호흡을...
하도 용을 썼더니, 온몸이 쑤셔온다.

하지만 나는 다행히 다시 문명세계(?)로 돌아온거다.
간신히 숨을 고르고...
멋진 문수산 정상에서의 장관을 구경하고

내려오는 길에 배가 고파 정상에 있는 막걸리 장사치에게
그간의 산행을 설명해 주고, 하산길을 물었더니,
그 아저씨 뭘 안다는 듯....씩 웃으며,

"고생 좀 하셨겠네...거그 길 아닌디...
게다가 그리로 험한 "문수산성"을 어찌 넘으셨소...?"

(출처 : 웃으며 한세상 살기^^ - 싸이월드 페이퍼)
http://paper.cyworld.com/1000528963/

댓글목록 3

박명근님의 댓글

박명근 2007.06.27 22:23
  우리 길동문이 하마터면 큰일 날뻔 했구먼요<br />
올매나 힘을 썻으면 그 50 미터를 못돌아 올라가고 도와달라 했을까?<br />
낮은 산이라도 깔보면 안되는것 같습니다<br />
그 산 이름도 못들어 보았는데<br />
하여간 다음 부턴 조심 조심 몸조심 하시구랴

길동돼랑님의 댓글

길동돼랑 2007.06.28 03:28
  강화도에서 볼짝시면 초지진 맞은편 바로 그산요....^^

돼랑님의 댓글

돼랑 2007.06.30 14:48
  위의 사진 속 덤불 속에서 머리만 나왔다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