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 자전거 타고 가기...
길동돼랑
2007.09.28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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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
글쎄, 어렸을적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다닐즈음
우리가족이 역촌동에 살았을 때니...세월도 많이 흘렀다.
지금은 시력이 안좋아
자전거를 못타시겠다고 또 엄두가 안나신다는
내 아버지께서는
동네에서 누구보다 비쩍 말랐었고,(지금은 상상이 안가시겠지만.....)
겁이 많아, 무슨 큰 소리만 나면 움츠리고 놀라 눈만 크게 뜨고 껌뻑이던...
나에게 어렵사리 자전거를 가르쳐 주셨었고,
아마 서오릉 아니면 좀 멀리 삼송리까지 부자가 함께 나들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께서는 아마 신사용 자전거로 기억하는데,
가끔씩은 역촌동에서 임진각까지 친구분들과 어울려 자전거를 타셨던걸로 기억된다.
그시절 임진각은 어린 나로서는 도저히 거리를 가늠할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던 것 같고,
암튼 내가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끝없이 먼곳으로 생각되었던 것 같다.
(아마 "아문젠"에게 있어서 북극점 정도라고나 할까?)
그 미지의 세계 임진각을 이제는 다름 아닌 내가 자전차를 타고 가는거다.
비록 아버지와 함께는 아니지만,
아버지 몫만큼 열심히 달리고 싶었고,
멋진 사진도 한번 찍어 보여드리며 자랑도 해볼 요량 이었다.
게다가 이번 라이딩은 팀복을 입고, 참가하는 첫 정모를 위해 준비하는 라이딩 아닌가...?
지난주말 분당~인덕원 구)도로 일명 "도깨비도로"에서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무조건 완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몸에 장착되어 있는 고정물(?)들만 제하고는
나머지 배낭이며, 기타 모든 번잡스런 물건들은 집에 두고 나왔다.
그저 허리쌕 하나만 달랑~
(고정상태가 안좋아 덜렁거리는 펌프는 자전차에 넓은 스카치테이프로 칭칭 동여매고...)
탄천/힌강 합수부에서 출발하여, 반포대교를 건너, 상암 월드컵 공원에...
예비라이딩이라고 했는데도 정말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다.
그런데 (...어?) 소위 "초짜"라고 하는 착한 분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벌써부터 험난한 오늘 여정이 그려진다.
아래 사진을 한번 보라...
어디 고수 아닌분이 한분이래두 있나....?
착한 초보님들이여~~
같은 초보로서 지금까지 (한달 반여....) 경험으로 돼랑이 살짝 힌트를 드리면,,,,,
정모 관련 각종 라이딩의 진실....(믿거나, 말거나....)
첫째, 정모의 공식 라이딩 보다는 정모에 가기 위한 라이딩이 엄청 빡세다는것
둘째, 정모의 공식 라이딩 보다는 예비라이딩이 더 사람 잡는다는것...
(도대체 "예비라이딩"이 무슨 "랠리"냐고요....)
세째, 정모 후 번개 라이딩...이것도 마음 단단히 잡수어야 될걸요...?
(뭐 이번처럼 아예 가고 오는것 자체가 웬만한 로드번개 수준 그 이상인 경우도 있지만...)
이번 예비라이딩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구파발에서 문산까지의 마의 구간
약 30km 정도(?)를 논스톱으로 달리는데,,,,물 한모금 할 틈이 없다.
입술은 바짝 타오르고, 침이 말라 목젖이 혀에 감기다 못해 마른 기침까지 날 지경이다.
어처구니 없겠지만, 아직도 뭘 모르는 초보의 눈에는
마치 아프리카 초원에서 굶주린 사자에 쫒기는 초식동물떼들 같다고나 할까...?
그저 죽기 살기로 페달을 밟는다.
특히 오르막길에서는 서로 자신들만의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합이 벌어진다.
그저... 살아야 되겠다는 생존을 위한 절대 명제도 아닐진댄,
우리는 자전거를 타면서도
리얼한 삶의 모습 그대로 적나라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류의 치열함엔 이젠 이골이 날만 하지 않은가?
나역시 마찬가지 였지만,
본의 아니게 서로의 바퀴 틈 사이를 비집고 기어이 들이대는 수준...
아니면 "나잡아봐라" 라는 식의...(?)
이쯤되면, 이미 자전차를 즐기는 수위는 넘어선듯...
모든 사람이 아직 랠리를 즐길수 있는 정도의 마음의 또 육체적인 준비가 되어 있는것은 아닐텐데...
급기야 자전차 부대의 대열은 끊어지고,
기관차를 못 따라가던 후미는 커브길에서 탈선하고 만다.
낙오병들은 예약되어 있다는 식당을 못찾아 이 골짜기, 저 골짜기를 헤메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임진각수라상"이라는 식당에 간신히 다다를수 있었다.
지난번 번개에서 수인사를 나눴던 <뽀삐>님께서
허기지고 지친 내게 조금이라도 더 먹으라시며,,,
식당 주인에게서 수제비 반죽을 가져다, 매운탕에 손수 떼어 넣어 주신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내가 처음 B&P에서 가입하며 느꼈던, 가슴 찡한 "정"을 느낄수 있다.
이곳 "임진강수라상"은 독특하게도 매운탕거리들을 기르는 연못위에
상(frame)을 걸고 강화 유리로 바닥을 만들었다.
"고상식(?)"이라고나 할까....?
연못위에 앉아 붕어,잉어 떼를 감상하며 맛보는
얼큰한 매운탕 맛은 가히 일품이요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니,
파이널...임진각가는 길이 한결 여유롭다.
길가의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떨어진 열매를 채취하느라 분주한 모습들...
그래... 자전차 운행에 다소 불편하겠지...
은행나무 열매 특유의 고약한 냄새도 난다.
대열중에 누군가가 작업하고 있는 그들에게 원색적인 컴플레인을 한다.
또 심지어 누군가는 자전차를 타고 지나가며, 그들에게 소리, 소리 질러보기도 한다.
이해가 안가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 은행나무 열매 따기가 안전사고를 유발시킬 경우
그 책임소재에 대한 법적인 논란거리가 될수 있을지언정...
혹시 명절 밑에도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서민들의 "생업의 수단"이었다면,
조금 얘기가 달라질수 있지 않을까...?
임진각으로 가는 길에...
멋진 경치를 카메라에 담아 본다.
확실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맛난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고나서야, 주변 경관이 눈에 삼삼하게 들어 온다.
강건너 땅이 북한 땅인가 하고...
휴가 나온 어느 군인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그건 아니라고 한다.
질서 정연하게 잠시 라이딩을 하니...
사람들의 왁자지껄과 함께 새로 지어진 임진각이 보이기 시작한다.
휴~ 드디어 임진각에 도착했다.
어린시절 미지의 북극점에 당도한 게다....(뿌듯....^^)
조금 전 라이딩 도중
태극기를 들고 마라톤을 하던, 한 노인의 환한 얼굴이 떠오른다.
라이딩 하기에 바빠 사진도 못 찍고, 그저 "화이팅"하고 응원해드렸던...
혹시 그 어르신은 추석 명절 끝에 망향의 아픔을 달래려는 "새터민" 은 아닐까...?
지금의 임진각은 내가 알던 임진각과는 사뭇 다른데...
기존 건물을 RENEWAL 한것 아닐까?
(건축가 민현식 님의 작품이라는 말도 있고...)
누군가의 의도대로 계단형 데크에 올라 보니,
멀리 비무장지대인지, 북녁땅인지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 온다.
색동 B&P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
수학여행 온듯한 일본 여학생들이, 연신 카메라를 눌러댄다.
카메라 세례 그게 뭐 그리 기분 나쁜것 만은 아니네 그려...
근데 인석들...웃긴 뭘 그리 웃노..?
일본인들에게 있어,
어쩌면 이곳이 그들의 안보교육장의 역할을 하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일본 우익은 일본의 재무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그 명분중의 하나가 북한의 존재 아니겠는가...
세일러복 교복을 입은 그들의 모습에서 갑자기 섬뜻한 느낌이 든다.
가지런히 세워 놓은 자전차가 금빛 물결치는 풍성한 들녘과 잘 어우러 진다.
이쁜 자전차들아~~
"앞으로 취침" 그리고 "뒤로 취침..."
"동작봐라...저그 뒤에 Alton Rct... 자는 놈도 있다...!"
덩치만 컸지...유난히 체력이 달렸던 군대시절...
솔직히 말해 "뒤로 취침"이 젤루 좋았던 것을 실토하지 않을수 없다.
얘들아! 이제 돌아가려면 또 죽었다고 복창해야 된단다.
오면서 얼마나 용을 썼던지,
안장을 고정하던 철물이 풀어져, 앞뒤로 각도가 Variable...지맘대루이다.
라이딩 도중 먹는 하드맛...
그것도 좋지만, 한꿀떼 걸치는 막걸리 맛은 또 어떠하리...?
하지만, 나에게 있어 오늘 한잔의 막걸리는 완주를 방해하는 걸림돌이리라...
<마녀>님과의 번개 그 첫 라이딩에서...
점심시간 보리쌈밥 반찬에 홀짝홀짝 마신 막걸리는...
나를 잠시나마 낙오병 신세로 만들지 않았던가?
여행의 법칙인가...?
이상하게 모든 여행에 있어 처음 가는 길보다 돌아오는 길은 가깝게 느껴진다.
어느분께서 연신내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자고 걱정스레 권유 하셨지만,
비록 몸은 천근 만근이지만, 분명코 일고의 가치도 없다.
완주! 오늘은 완주가 목표인거다....^^
(작정을 하고 나오지 않았는가?)
무사히 월드컵공원에서 공식적인 해산을 하였고,
B&P 전사들은 삼삼오오 흩어졌다.
배도 고팠고, 식사를 하고 가자는 분들도 계셨지만,
해가지고 나면 복귀하는 길은 더욱 힘들어질게 자명했다.
게다가 짐을 줄인다고, 썬글래스 말고는 안경도 안가져오지 않았는가...?
닉은 기억 안나지만,
훤칠한 키에 안전요원으로 활동했던 분의 뒤를 따라 탄천 합수부를 향해 페달을 밟아본다.
안경없이 맨눈으로 자전거를 타려니 날파리 때문에 보통고역이 아니다.
끊임 없이 눈을 깜박여도 보고, 고개를 숙여도 보고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고글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낄수 있었다.
"폼이 아니구나....쩝~~"
야간 라이딩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만만챦은 스피드...
보행자, 인라인, 기타 움직이는 모든 것들.....심지어 강아지까지...
그들도 청량한 가을 한강변의 정취를 느낄 권리가 있다.
어느 다리를 지날 무렵....
갑자기 좁은 자전차도로에 구급차가 나타났다.
대열의 선두는 좁은 길을 지나쳐 버렸고, 나는 순간 당황했다.
그 짧은 순간 구급차 앞의 유모차를 발견했다.
유모차 뒤로 구급차의 헤드라이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역광으로 투사되고 있다.
위험한 상황이다. 분명 서야만 했었다.
나름대로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자전거를 세웠지만,
내 뒤를 따라오던 <제비>님께서 크게 넘어지시고 말았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순간적으로 대열이 끊어 졌을때 나는 선두로서의 책무에 소홀했던 것이다.
소리를 쳐서 위험을 알릴수도...
<길메들>님 처럼 손을 번쩍 들어 정지싸인을 분명히 했을수도...
(야간이라 후미에게 보였을지는 모르겠으나...)
설령 판단이 틀렸다손 치더라도
보다 분명한 의사전달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제 본의 아니게 반포대교 까지는
그렇게도 고사했건만,,, 내가 선두가 되었다.
찬바람에 식은 땀이 흘러내려 눈이 따갑다.
지나가는 보행자마다 일일이
"지나갑니다....(조심하세이~~~)"를 외쳐본다.
우여곡절 끝에, 정신없이 최초 출발 지점인 탄천 합수부까지 라이딩을 했다.
아까...잠수교 까지가 130km 였다고 하니, 아마도 150km는 훨씬더 되리라...
탄천에서 몇몇분들과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가기 위해 테헤란로로 올라가려하니, 긴장이 풀려 그러는지 다리가 풀려 힘이 없다.
기진 맥진...할만큼 했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서 내가 아는한 가장 저칼로리 맥주인 하이네켄과
고된 노역에 대해 스스로를 위로하는 의미로 맛난 소세지와 쵸코바를 먹었다.
다이어트고 뭐고, 오늘 이정도는 먹어도 소모한 칼로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리라...
이가 시리도록 시원한 맥주 한 캔에 오늘 하루의 해프닝들을 돌이켜 보니,
참으로 익사이팅하기 이를데 없다.
나는 지금 조금씩 조금씩 자전차의 매력에 젖어들고 있다....^^
"자전거와 사람들... "
"사람들과 자전거..."
제목이야 아무렴 어때...?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얼마짜리한다는 그 비싼 자전거보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이 먼저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영원한 "아마"가 "프로"보다 아름다운 건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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